[스페셜 룸]"우리는 이렇게 일어섰다"

대담자

고평석 지오스큐브 대표이사

최규성 레드붐 대표이사

김세훈 픽토소프트 대표이사

사회·정리 = 임동식 기자

모바일 게임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고 한다. 향후 비전은 여느 게임산업보다 높고 크다지만 실제로 개별 개발사는 물론 이동통신사까지 떨어지는 매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모바일 게임 이용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폰 기능은 날로 새로워지고, 사용 편의성도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콘텐츠인 모바일 게임은 어찌하여 사용 인구가 늘지 않는 것일까. 또 기존 유저는 왜 떠나고 있는가.

현재 시장 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성장 일로를 달리며 중소 모바일 게임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중견 3개 모바일 게임 개발사 사장을 만나 시장 침체의 원인과 해법, 그리고 모바일 게임시장 활성화를 위한 개발사의 역할을 모색해본다.

사회 : 먼저 각사별로 차별화된 전략이나 개발 포인트 등을 통해 모바일 시장 및 업계에 탄탄하게 뿌리내린 배경을 듣고 싶다. 레드붐의 경우 모바일게임 업계에서조차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지난해에만 매출 20억원 이상을 올렸고, 올해는 30억원을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규성 : 형식적인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속담처럼 개발사마다 처한 상황에 맞는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종 성공신화에서 볼 수 있듯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실천을 못하는 그런 요소들이 많다. 업계에서는 굼벵이일지 몰라도 일단 우리에게 맞는 구르는 재주를 갖추고, 이것을 우리만의 경쟁력으로 변화·발전시킨 것이 내실있는 성장의 밑바탕이었다고 생각한다.

사회 :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최규성 : 예를 들어 시장 트렌드를 누구보다 먼저 캐치하는 기민함이나 자사 개발자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여건 조성 등 경쟁력으로 표현되는 요소들이 많다. 여기서 우리 레드붐의 경우 처음부터 회사를 인천 지역에 잡았다. 지역적 특색을 장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임대료 등 각종 유지비가 적게 들고, 특히 숙련도 높은 개발자의 이직률이 상당히 낮다. 또한 지방기업 살리기 차원의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기반으로 우수한 게임을 개발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있는 장사를 해왔다. 기업의 인지도는 낮지만 저비용 고효율 구조 아래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 찍어내지 않고 창조한다

사회 : 픽토소프트는 ‘정무문’으로 모바일 액션게임 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게임 개발이나 회사 운영 등에서 어떤 차별화된 전략이 있었나?

김세훈 : 원론적으로 게임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인정신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돈이 되겠다 싶으면 개발하는, 즉 게임을 공산품 찍어내듯 내놓지는 않으려 했다. ‘정무문’ 게임도 이동통신사에 채택된 후 미진하다 싶은 부분을 보완해 한 달 가량을 더 다듬어 서비스에 들어갔다. 게임 하나 하나를 정성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한 시기다.

개발을 전후로 한 마케팅은 그동안 소규모로 진행했는데 효과 면에서 미미했던 것 같다. 여전히 적절한 마케팅 루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러 이벤트를 해보고 있는데 숙제다. 과연 모바일 게임에 적절한 마케팅은 무엇인지 찾는 것도 나름의 과제인 것 같다.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마케팅이 조금 부족해도 게임 마니아들은 어떤 통로를 통해서든 알게 된다. 물론 미흡한 부분도 인정한다.

사회 : 지오스큐브는 앞선 두개사에 비하면 신생회사인데 ‘어둠의전설’과 ‘북천항해기’를 통해 선굵은 RPG 전문 개발사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나름대로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면?

고평석 : 기본적으로 항상 강조하는 것이 퀄리티면에서 최고의 게임을 만들자는 것과 우리가 내놓는 게임이 최고다라는 자부심을 갖자는 것이다. 최고의 게임을 개발하면 최초라 불릴 수 있는 마케팅, 즉 색다른 마케팅으로 보다 많은 게이머에게 게임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둠의전설’은 최초로 성우를 출연시킨 라디오 마케팅으로, ‘북천항해기’는 모바일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맵 공략집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 부분이 유저의 인정을 받은 것 같다. 개발 및 마케팅 부문에서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진행하고 있다.

회사 운영에서는 이왕에 시작한거 게임업계에 한 획은 그어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받는 중압감도 있고, 또 그런 마음이 시장개척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것도 전략의 하나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제휴를 통한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해나가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아다시피 현재 넥슨, 판타그램, 신지소프트 등과 여러 부문에서 제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회 : 모바일 게임업계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대비 개발사 평균 매출은 20∼3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동통신사의 매출도 좋지 않다. 지난해 초부터 일기 시작한 모바일 게임 시장 정체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김세훈 : 휴대폰 등 모바일 이용 환경은 급속도로 빠르게 변화 발전하는데 반해 콘텐츠인 모바일 게임은 수년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각각의 게임 소재만 다를 뿐 전혀 새롭다고 할만한 게임이 많지 않다. 높아진 유저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해 결국에는 기존 유저는 다시 찾지 않고, 신규 유저는 끌어들이지 못하면서 정체를 넘어 침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최규성 : 동감이다. 양이 아닌 질적 향상의 부재와 함께 모바일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네트워크 게임의 패킷료나 유무선 연동 게임에서 요금 부과 문제 등 돈과 관련된 여러 요소에서 유저의 불안을 제대로 해소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정체의 한 요인이라 생각한다.

# 새로운 도전은 신생 중소개발사의 특권

사회 : 몇몇 리딩기업을 제외하고는 앞으로 어떻게 회사 비전을 세워나가야 할지 갈피를 못잡겠다는 중소 모바일 게임사가 많다. 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 보는가. 대형, 중견, 소기업 별로 회사 규모에 따른 전략은 달라야 하는가. 중소 모바일 게임사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고평석 : 예전에 온라인 게임 개발사에서 경험해봤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온라인이든 모바일이든 고민은 마찬가지다. 마케팅 효과가 나타날지, 나타타면 제대로 나타난 것인지 잘 모르지만 좌우간 불안하니까 하는 것이고, 이러한 고민은 피차 일반이다. 솔직히 국내에서 과연 제대로된 게임 마케팅이라 불릴 수 있는 활동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영화나 기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비교해 한차원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게임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사들이 본받을 만한 마케팅을 펼쳐줘야 이를 보고 규모는 좀 작더라도 따라가게 될 것 같다. 될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최대한 마케팅 활동을 벌여 유저들의 기대감을 높여 놓는 것 까지는 가능하다고 본다.

최규성 : 사실 현실적으로 중견에서 대형 개발사로 못가는 이유 중에 이동통신사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회사가 크면 클수록 이동통신사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고 보면 된다. 통신사와의 밀접한 관계 때문이다. 더 얘기하면 업계에서 찍힐 것 같고, 앞서 나온 발칙한 게임, 섹시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게임을 개발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마케팅은 가장 좋은 게임 개발이다. 믿음을 준다는 차원에서 말이다. 한마디로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마케팅이다.

김세훈 : ‘정무문’의 사례를 들겠다. 한마디로 될 것라고 생각하고 밀어붙였다. 운이 좋았던지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온라인 게임은 상대적으로 더 악조건 속에 놓여있다. 모바일이 더 돈이 많이 돌고 나가며 활발한 느낌이 난다. 리딩업체와도 크게 차이가 없다는 기회가 많다는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고평석 : 덩치가 제법 커버린 개발사는 오히려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잘 못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작은 회사와 신생 개발사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여지가 많다. 무조건 큰 회사(성공한 게임)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색다르고 특이한 게임, 옛 용어로 발칙한 게임을 회사가 뒤집어지더라도 한번 내놔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이 부분을 조언하고 싶다. 요즘에는 따라하기가 너무 많다. 새로운 시도, 발칙한 시도가 필요한 시기다.

# 정부와 이통사의 지원에 우수 게임 개발 맞물려야

사회 : 앞서 말한 점들과 관련해 뒷받침돼야 할 이동통신사 또는 정부 정책의 방향은?

최규성 : 과거 DJ 정부시절 각종 산업관련 인프라 구축을 내세우면서 인터넷 PC, PC방, 홈트레이딩 등 여러 인터넷 문화 확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을 기울여 시장을 형성하고 키우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미션이 개발사에 있다면 휴대폰 이용 및 모바일 인터넷 이용에 관한 인프라 구축과 확대는 정부와 이동통신사에 있다. 이들의 뒷받침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우리 개발사는 열심히 게임을 만들테니 이동통신사와 정부는 근시안적인 매출과 대책에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세훈 : 불법복제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단속 철저히 해라. 이통사들은 매출에 쫓긴다고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지 말고 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생각을 넓혀 줘야 한다. 즉 장기적으로 꾸준히 밀어주는 방침을 세워 달라. 최근에는 그나마 많이 줄었지만 근시안적으로 매출에 연연하는 행태 역시 여전하다.

최규성 : 수출을 활성화하려면 먼저 국내 시장이 여러 면에서 앞서가야 수출도 잘 된다. 앞선 플랫폼 환경과 한발 앞선 콘텐츠 개발이 그래서 중요하다. 네트워크 게임, 3D 게임폰 등의 경쟁력에서 앞서가야 한다. 단발성이 아닌 제대로 뒷받침되는 상황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고평석 : 정부를 생각하면서 비즈니스를 해오지 않았다. 기기 보급 등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우선시 돼야 할 부분은 모바일 게임이 보다 쉽고 재미있고, 할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다각도의 노력이다. 그래서 새로운 유저를 끌어오는 것이 시급하다. 대부분의 휴대폰 이용자들이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고 있지 않다.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이 기본이다.

사회 : 플랫폼과 이용 환경의 변화 뿐 아니라 개발 트렌드와 유저의 니즈 또한 어느 업종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앞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나름의 전망을 해본다면.

김세훈 : 세계적으로 비디오 게임기와 게임 타이틀이 많이 팔리고 거대한 시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또 휴대용으로 요렇게 작은 게임기도 잘 팔린다. 휴대폰 판매 시장은 매년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다. 국내의 경우 신종 단말기가 빠르게 풀리지 않는 등 여러 난제가 있지만 하나씩 활성화 요소가 갖춰지면 떠났던 유저도 돌아올 것이다.

최규성 : PS와 PS2가 나왔을 때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점차 유저 욕구가 높아짐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모바일 게임에도 새로운 시장이 오긴 올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새로운 시장이 과연 우리에게 맞는 시장일지 걱정이다. 그 시장이 우리나라 게임 개발사의 것이 될지, 또 언제 올지 그것을 모를 뿐이다. 그래서 지금 현 상황에서는 그 때 그 때 순발력있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고평석 : 향후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은 분명하다. 아주 편하게 네트워크 게임을 할 수 있는 시대 등 여러가지가 긍정적이다. 5년 뒤에는 ‘우아’하는 소리가 날지 모른다. 이 때쯤이면 모바일 게임업계도 온라인처럼 두가지 부류로 나뉠 것이다. 돈이 많은 회사와 개발력이 있는 회사 다. 현재 개발사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결국은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모바일쪽에 인력 유입이 적다. 한 두 사람의 능력에 의해 휙휙 달라지는 것이 또한 모바일 관련 산업이다. 우수 인재의 유입만 원활해진다면 한 단계 발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회사와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게임에 감각있는 사람이 몰려들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비전을 공유하며 이들을 산업내에 묶어두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동식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