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한 게임 라이벌이 있을까. 이번에 소개할 3차원(3D) 액션격투게임 ‘버추어파이터(이하 버파)’와 ‘철권’은 무려 10여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최고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숙명적 라이벌이다.
‘버파’는 사실적인 연출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고 ‘철권’은 화려한 효과와 대중성으로 광범위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다. 이들의 경쟁은 전반적인 격투 게임, 아니 전체 게임의 수준을 몇 차례 도약시켰다. 물론 아직까지도 이 두게임의 라이벌 대결은 진행형이다.
지난 93년 최초의 폴리곤 격투게임인 세가의 ‘버파’가 나왔을 때 반응은 대단했다. 2D에만 익숙해 있던 많은 게이머들이 이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됐고 이에 따라 개발사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3D 격투게임 개발에 나서게 됐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철권’을 내놓은 남코였다.
아류라는 꼬리표가 붙은 ‘철권’은 당시 오락실에서는 ‘버파’의 위세에 눌릴 수밖에 없었으나 가정용 게임기로의 성실한 이식으로 점차 게이머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두 게임 모두 2편이 출시되면서 국내에서는 오히려 ‘철권2’가 ‘버파2’의 인기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류 게임 시장인 일본에서는 이때 까지만해도 ‘버파’의 위세가 여전했다. 어쨌든 이때 두 게임의 2편은 각각 100만장 이상씩 판매돼 격투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가와 남코는 3편에서 다시 맞붙었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발매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아온 ‘버파 3’는 너무 게임성을 강조한 나머지 마니아 게임이 돼버려 정작 발매 이후에는 게이머들로부터 이렇다할 관심을 끌지 못했고 업소용도 비싼 기판 가격 때문에 쉽게 자리잡지 못했다.
이에 비해 ‘철권’은 이때 본격적으로 ‘버파 3’의 인기를 따라잡았다. 특히 PS용으로 출시된 ‘철권 3’는 각 캐릭터마다 CG 엔딩이 추가됐고 철권포스모드라는 횡스크롤 액션까지 추가해 ‘버파’의 아성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남코가 방심한 탓일까. 4편에서는 ‘철권’이 풀3D화를 시도하는 등 ‘버파3’ 때의 세가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 반면 세가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실지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두 게임의 4편은 모두 PS2용으로 이식됐는데 ‘버파’와 ‘철권’이 각각 50만장과 40만장이 판매됐다.
최근 ‘철권5’가 출시된 데 이어 조만간 ‘버파 5’도 선보일 예정이어서 또 한 차례의 격돌이 예상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격투게임의 격을 높여주고 있는 세가와 남코의 대결을 지켜보는 게이머는 즐거울 수밖에 없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