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전문 퍼블리싱 시대

전문 퍼블리셔 등장과 이에 따른 모바일 게임산업의 전문 분업화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 아래 놓인 모바일 게임 수급체계에 본격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일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장 침체와 업계 전체의 공통된 위기감 속에 이를 타개하기 위한 근본 방안으로 전문 퍼블리셔 도입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기존 게임 기획 개발부터 론칭 이후 각종 마케팅까지 한 업체가 도맡아하던 것을 개발 이외의 부문에 전문 능력을 갖춘 퍼블리셔를 통해 효율적으로 바꿔보려는 취지다. 전문 퍼블리셔의 필요성과 중간 퍼블리싱 체제 도입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운영 방법 등 각론에서는 각각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전문 퍼블리셔 체제 도입과 이에따른 산업 재편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모바일 게임 전문 퍼블리셔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견해는 시장 정체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이슈다. 현재 500여개로 추정되는 개발사 난립과 이에 따른 출혈 경쟁, 그리고 모바일 게임의 전반적인 품질 저하와 직결된 유저의 외면 등으로 개발사는 물론 이동통신사도 심각한 매출 저하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네트워크 게임이나 3D게임 보급 확대, 정액제 이용 모델 정착 등 세부적인 방안에서부터 킬러콘텐츠 생산과 블루오션 개척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방안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현재 모바일 게임산업이 안고 있는 게임 수급체계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극복한 선진국형 전문 퍼블리셔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전문 퍼블리셔를 표방한 기업과 퍼블리싱 사업 확대를 내세운 개발사의 등장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 전문 퍼블리셔 체제로의 전환은 대세

엠조이넷 강신혁 사장은 “모바일 게임 산업에서 개발 외적인 분야를 책임지는 전문 퍼블리셔의 등장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 여겨지고 있다”며 “관심사는 기존 대형CP가 그 역할을 맡느냐, 아니면 전혀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 전문 퍼블리셔 체제로 수급체계를 바꿔나가느냐 하는 주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 퍼블리셔 체제와 관련해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극히 초기단계의 현상이지만 일단 분위기만큼은 무르익었다는 것이 모바일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최근 모바일 게임 업계에는 전문 퍼블리싱 사업과 직접 연관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일들이 있었다.

지난달 26일 ‘모바일 게임 전문 퍼블리셔’를 표방하며 등장한 세중나모(대표 천신일·김상배)는 모바일 게임업계와 시장에 처음 선보인 전문 퍼블리셔라는 점, 특히 게임이 아닌 타 업종에서 퍼블리싱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공식적인 사업발표와 함께 주변에서는 비게임사가 갖고 있는 약점, 즉 게임 시장의 생리와 구조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고 이에 대해 세중나모 모바일비즈니스를 총괄하는 김태우 부장은 “1년 가까이 모바일 게임 전반을 파악하고자 노력했고 동시에 포팅스튜디오 설립, 퍼블리싱 관련 전문 인력 확보 등 전문회사로 자리잡기 위해 준비를 착실히 다져왔다”며 “현재 어느 기업보다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 역할을 잘해낼 자신이 있고 또 많은 중소개발사의 호응을 얻어가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과연 세중나모가 수년간 이어온 현 모바일 게임 수급체계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 나아가 전문 퍼블리셔로 자리잡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전문 퍼블리셔를 표방한 1호 기업이라는 점 하나만으로 모바일 업계와 시장에는 의미있는 일로 볼 수 있다.

# 곳곳에서 움트는 전문 퍼블리싱 기운

지난달 초 모바일 업계 리딩기업 컴투스는 800만달러의 외자유치에 성공하며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컴투스는 이 외자유치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과 우수 창작 게임 개발에 탄력을 받게 됐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입지 구축에도 자신감을 얻게 됐다.

그동안 국내 중소 개발사를 상대로 하는 퍼블리싱 사업에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던 박지영 사장은 투자유치를 기점으로 마케팅 역량 강화를 통한 퍼블리싱 사업에 좀더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박 사장은 “이미 별도의 퍼블리싱 사업부가 있고 이 부서에서 몇몇 국내 게임의 퍼블리싱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상황을 보며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현재 마케팅 역량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 역시 퍼블리셔의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마케팅력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KTF가 올해 안으로 기존 모바일 게임 수급 체계를 몇몇 MCP(Master Contents Provider) 체제로 바꿀 계획이 알려지면서 업계에 파장을 몰고 왔다. 현재 KTF는 자사에 모바일 게임을 주도적으로 공급할 MCP 선정 작업에 착수했고, 현재와 같은 모바일 게임 수배급 및 서비스 체제 아래서는 개별 모바일 게임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중장기적로도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KTF 양승식 과장은 “전반적으로 해외 퍼블리싱 체제와 비교해 국내 퍼블리싱 체제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통신사 입장에서도 비효율적이라 판단해 퍼블리싱 능력을 일정정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 대형 개발사를 중심으로 게임 보급을 주도적으로 맡겨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고비용 저효율의 현 게임 수급체계

현재 모바일 게임 수급체계는 소수 이동통신사가 난립하는 다수 개발사를 상대로 수많은 게임을 심사·평가해 채택하고 나아가 마케팅까지 고민해야하는 구조다. 이통사는 매년 모바일 게임 담당 인력을 늘리고 있지만 기본 적인 선별 작업과 서비스에만 투입하기에도 모자를 판이다. 유저를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 주체로서 효과적인 마케팅과 시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통신사 자체가 게임 전문 분야가 아니다보니 신규 개발사와 신규 시장 개척에서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개발사는 민감한 시장 트렌드에 대한 대처가 필수지만 미숙할 수밖에 없다. 10명 안팎의 중소 개발사가 발빠르게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다양한 폰 사양에 맞춰 게임을 개발한 후 가장 효과적이고 과감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자사 상품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론칭시키기란 대단히 어렵다. 특히 취약한 마케팅 능력과 자금 부족 문제는 전체 개발사 중 95% 이상이 느끼는 어려움이다.

지오스큐브 고평석 사장은 “마케팅 능력과 자금, 인력 등에서 부족한 중소 개발사는 결국 기존에 성공한 게임과 엇비슷한 게임 개발을 선택하게 되고. 이는 결국 전체적인 모바일 게임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며 “모바일 게임에 가장 적당한 마케팅 컨셉을 찾기도 어렵지만 찾는다 해도 자금과 인력면에서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것이 바로 중소 개발사의 처한 위치”라고 말했다.

# 중소 개발사 퍼블리싱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전문 퍼블리셔 제도의 등장은 이러한 중소CP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또한 제도 정착의 가장 큰 걸림돌 역시 중소CP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전문 퍼블리셔 제도를 통해 현 모바일 게임 시장이 보다 선진적인 구조로 재편되려면 기존 CP들 특히,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연 10억원 안팎의 매출에 10명 미만의 직원을 두고 있는 중소CP의 인식변화가 선행돼야할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현재의 모바일 게임 수급체계가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재편되기 위해 전문 퍼블리셔에 대한 중소CP의 이해와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고 또한 전문 퍼블리셔를 표방하거나 퍼블리싱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 역시 주요 타깃은 이들 중소CP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퍼블리셔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개발사들이 상당 수 존재한다. 이들은 “우리가 애써 개발해놓은 게임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놓고 나눠먹자는 발상 아니냐”, “제안 내용이 턱없이 불리하다”, “마케팅이 뭐 별거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전문 퍼블리셔의 등장에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중나모 김태우 부장은 “개발사 한 곳에서 전체 트렌드를 읽어내며 게임기획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해야한다는 것은 큰 부담일 뿐 아니라 전혀 효율적이지도 못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업체도 많지 않다”며 “개발사는 게임성을 고려한 게임 개발에 전력하고 이후 마케팅과 최적화된 서비스는 전문 퍼블리셔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한 구조”라고 말했다.



# 총론에는 공감, 각론에선 이해 엇갈려

전문 퍼블리셔 체제의 도입에 대해 이동통신사와 대형CP, 중소CP간에는 공통된 견해와 함께 조금씩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SK텔레콤과 KTF는 전문 퍼블리셔 체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입장. 이미 KTF는 전문 퍼블리셔로 가는 전단계 구조로 MCP 체제를 통한 게임 수급 계획을 드러낸 바 있다.

시장에서의 공정성 논란에 따른 부담감 때문에 인위적인 수배급 체제 조정에 나설 수 없고 또 그럴 계획도 없다고 밝힌 SK텔레콤 왕창만 과장은 “일일이 모바일 게임 CP를 상대하고, 새로운 CP가 찾아오면 하나부터 열까지 게임 퍼블리싱 관련 사항을 제공해야 하며 또 늘어나는 게임에 대해 일일이 심사단을 통해 게임의 상품성과 기능 등을 점검하는데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발사쪽에서 자생적으로 퍼블리싱 체제를 잡아나가거나 또 다른 전문 퍼블리셔의 등장은 이통사 입장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형 개발사의 대표격인 게임빌 송병준 사장은 “퍼블리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중소 개발사들이 새로운 진입 장벽을 거론하지만 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시장 활성화와 새로운 시장 확대 차원에서 공생을 위한 길이며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한편, 레드붐 최규성 사장은 “전문 퍼블리싱 체제로의 방향은 현 시장에 필요하지만 자본의 힘으로 중소 개발사를 줄세우는 식의 또 다른 문제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 능력의 퍼블리셔와 손잡고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진입 장벽이 생기는 것 아닌가하고 우려하는 것이 중소 개발사”라며 “어떤 방식으로 퍼블리싱 체제가 구축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면서 결국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또 그런 생각을 가진 업체가 퍼블리셔 역할을 해준다면 당연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