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기업 간에 ‘상생과 협력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지자체들이 지역경제의 주축인 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온갖 지혜를 짜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봉사활동을 펼치고 이익을 환원하는 등 지역 주민 곁으로 바짝 다가서고 있다.
기업에 대한 고압적 자세나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과거 지자체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지역 사회를 단순히 시장으로 생각해 왔던 기업 또한 점차 지역민과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야흐로 지자체와 기업의 ‘아름다운 동행’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는 지자체와 기업이 상호 윈윈 전략을 통해 서로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주민들은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고, 기업은 지역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이 됨으로써 결국 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위해 ‘올인’=충남도는 삼성전자가 오는 2010년까지 천안과 아산(탕정)에 총 20조원을 투자해 LCD 산업단지(크리스털 밸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과학산업과에 디스플레이팀을 신설했다.
삼성전자가 불편 없이 생산과 수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기 위해서다.
대구시는 중소기업을 위해 지자체 최초로 무담보로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특별 신용보증제’를 시행해 호평받고 있다.
업체당 3억원씩 담보 없이 연리 4%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규모인 1조4000억원을 조성해 업체당 10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충남도는 경기도와 공동으로 300억원짜리 ‘상생펀드’를 결성해 양 지역 중소기업체에 자금을 제공할 방침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수원공장의 생활가전 라인을 이전한 것을 기념해 ‘삼성의 날’ 축제를 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흑석 4거리∼하남산업단지∼호남고속도로 진입로(4.7㎞)구간을 ‘삼성로’라 이름 붙였다. 또 ‘기아의 날’도 제정하고 ‘기아로’까지 만들었다.
강왕기 광주시 산업진흥과장은 “기업홍보의 날은 결국 지역생산 제품 판매를 촉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시책”이라며 “기업과 시민들과의 끈끈한 유대와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봉사와 이익 환원으로 화답하는 기업들=지자체의 노력에 기업들도 화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삼성의 고급가전 브랜드 명칭을 딴 ‘하우젠 나눔콘서트’를 여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또 삼성광주전자 공장에서 생산되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300여종의 첨단 전자제품을 전시하고 추첨을 통해 경품도 제공했다.
경북 구미산업단지에 입주한 LG계열 6개사들의 모임인 LG경북협의회(회장 조영환·LG마이크론 사장)는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기업’을 모토로 다양한 지역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협의회는 연간 10억원이 넘는 돈을 체육·문화 행사 및 봉사활동, 이웃돕기에 지원하고 있다.
협의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곽홍식 LG전자 경영지원담당은 “향토기업으로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지역과 하나 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에 대한 견제를 주로 하는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LG제품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을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KT도 전사적으로 ‘사랑의 봉사단’을 구성해 각 지역본부 및 지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으며 포스코도 포항과 광양을 중심으로 각 분야를 망라한 활발한 사회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기업, 공동 브랜드 붐=서울시 은평구는 지역중소 기업협의회와 함께 ‘파발로(Pavalo)’라는 공동 브랜드를 개발해 지역 중소기업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광주시도 지역전략산업인 광산업체 육성을 위해 공동 브랜드 ‘럭스코(LUXCO)’를 개발했다.
부산시도 우수 수산물을 보증하는 ‘다이내믹 부산’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일정 기준에 맞는 제품은 부산시 마크와 함께 다이내믹 부산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남도의 경우 농수산 가공식품류 공동브랜드인 ‘남도미향’으로 중소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동시에 차세대 전략산업인 정보기술(IT)과 신소재, 항공우주, 나노기술(NT)산업의 제품에 대해서도 공동브랜드 사용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지자체와 기업 간의 이 같은 상호 협력은 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이미지 제고와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인터뷰-충남도청 삼성지원팀 이재원씨
“산업단지 계획에서부터 허가가 나기까지 13개월 만에 마무리지었다면 다들 믿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를 충남에 유치하기 위해 속깨나 끓이며 아산 탕정을 신발이 닳도록 쫓아다녔다는 충남도청 삼성지원팀의 이재원씨(44)는 당시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키며 지낸 2년간의 고생담을 ‘공복의 보람’이었다는 역설적인 말로 축약했다.
“바쁠 때는 날밤새우기가 다반사고 주말 없이 지낸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삼성전자와 아산시, 충남도가 함께 아산·탕정 제2산업단지 지정을 위해 대전과 아산을 오가며 가진 미팅만도 수십 번은 될 것입니다.”
아산이 고향이라는 이씨는 고향에 세계적인 전자회사인 삼성전자의 LCD단지가 들어선다는 말에 “애착이 큰 만큼 더 고달팠다”고 말했다.
“고향이라고 생각하니 일 하나를 하더라도 더 세심하게 주의가 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사실 태스크포스의 수장을 맡았던 조정현 팀장(부이사관)이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충청도 특유의 겸손이 몸에 밴 듯 삼성유치전의 공을 은근히 팀장에게 돌리는 이씨는 “삼성 지원팀만이 아니라 각 해당 실·국·과에서 완벽에 가까운 지원이 있었기에 단기간의 산업단지 조성이 가능했다”며 다른 부서원들을 치켜세웠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누가 먼저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2년간은 그야말로 100m 출발선상에서 앞으로만 냅다 달리듯 좌우 돌아볼 겨를도 없이 뛰어온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삼성이 기업도시를 건설할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애도 많이 먹었다”는 이씨는 “애초 삼성이나 충남도나 산업단지 조성이 목표였는데 역세권 개발 그림이 포함되어 있어 오해를 사는 화근이 되기도 했다”고 당시의 논란의 진상을 공개했다.
“실패라는 생각은 할 필요도 해서도 안 되는 충남도의 사활이 걸린 일이었다”는 이씨는 “총 139만평이나 되는 탕정 제1, 2산업단지가 마무리되면 천안·아산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 본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맡은 바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려던 결과가 가져온 공으로 만족감을 대신 나타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