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신야구`에 빠진 치어리더 양현주

경력 7년의 늘씬한 베테랑 치어리더 양현주(27)씨가 야구에 푹 빠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온라인 야구게임에 빠졌다. 사실 아무리 야구단 소속 치어리더라고 해도 실제 야구경기에 나서기는 무리.

매일 지켜보는 야구경기인데다 경기가 진행되는 시간 내내 관중들이 열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야구에 대한 지식이 어느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치어리더의 소양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응원을 주도하는 것과 실제 경기를 하는 것은 너무 다르다.

그래서 그녀는 요즘 틈만나면 PC앞에 앉는다. 어느새 사무실의 모든 PC에는 최근 빠져 든 온라인 야구게임 ‘신야구’가 깔려있다. 예전 같으면 동료들과 수다를 떨거나 연습에 지친 몸을 추스르기에 바쁜 시간이지만 최근들어 그녀는 야구게임을 통해 피로를 풀곤 한다.

# 이벤트 참가 계기 사내 게임 전도사 자처

양현주씨가 야구게임에 빠져든 것은 한마디로 얼떨결이었다. 일단 계기는 소속사에서 제공했다. 치어리더 간의 이벤트 경기가 있으니 출전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 그렇지만 그녀는 방송경기로 펼쳐진 이벤트 경기에서 무참하게 패하면서 야구게임을 뇌리 속 깊이 각인시키게 됐다. “무려 2틀밤을 지새워 가며 맹연습을 했죠. 그런데 경기에서 저는 한점도 올리지 못했어요. 팀이 진 것보다 제가 너무 바보같은 플레이를 한 것이 화가 났어요.”

그날 이후 그녀는 틈만 나면 야구게임을 즐긴다. 힘들고 고된 치어리더 활동을 무려 7년이나 지속해 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쌓여온 강단과 승부욕이 발동한 결과 였다. 그녀 자신도 “아마 그날 이겼으면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기해 했다.

그녀가 주로 야구게임을 즐기는 시간은 오전 리허설을 마치고 야구경기가 시작되는 저녁시간 사이의 4∼5시간. 예전같으면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연습을 하거나 아니면 따분하게 보내야 했던 시간이지만 요즘엔 그럴 때마다 PC방을 찾는다.

# 게임에도 치어리더 넣어주세요∼

“예전에는 야구를 치고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쉽게 생각했는데 온라인으로 해보니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그녀가 애지중지 키우는 캐릭터인 ‘HJ cheer’의 등급은 아직도 여전히 ‘루키 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초보임을 의미하는 최하의 등급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잘은 못해도 조금씩 늘어가는 실력이 보인다”며 “예전보다는 훨씬 잘해요∼”라고 입술을 삐죽인다. 그러더니 “저는 원래 한번 빠지면 계속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조만간 고수의 반열에 오른 모습을 보여줄거에요”라고 당찬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실 저희 때문에 요즘 회사 내에 야구게임 열풍이 불고 있어요. 전에는 게임을 하더라도 ‘맞고’나 ‘카트라이더’처럼 간단한 게임을 했는데, 최근에 사무실 내 모든 PC에 야구게임이 깔렸어요”라며 야구게임 전도사라 불러달라고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요. 왜 게임에는 치어리더가 없죠? 또 실제 야구경기에서는 파울볼이 나면 전광판에 코믹한 그림으로 관중들에게 피하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는데 게임에는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녀는 우연히 맺어진 인연이기는 하지만 게임 내에서 치어리더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못내 아쉬워 했다. 강한 직업의식의 발동이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2등신 캐릭터로라도 저를 닮은 예쁜 치어리더 캐릭터를 만들어주세요∼”라며 애교섞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 얼떨결에 선택한 일이지만 천직 삼을 터

그녀가 치어리더로 나서게 된 계기는 야구게임을 시작하게 된 것 만큼이나 얼떨결이었다. 대학 응원단으로 활약하던 어느날 응원단 행사인줄 알고 참석한 자리가 그녀에게는 치어리더를 평생 직업으로 삼게 한 출발점이 됐다. 이에 대해 그녀는 “응원단장 선배가 누가 질문을 하면 무조건 ‘예’라고 대답을 하라더군요. 어떤 분이 ‘창원에 갈 수 있나?’라고 물어오시기에 ‘네’라고 했죠. 그게 농구단인 LG세이커스의 치어리더로 뽑힌 것이라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아요”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덧 경력 7년의 베테랑으로 성장해 있었다.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하도 소리를 질러 목소리가 허스키하게 변해버려 가끔은 ‘하리수’라는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잘 놀 것 같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항상 즐겁게 일할 수 있어 좋고, 자신의 손끝 하나에 열광하며 즐거워하는 수많은 관중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앞으로의 삶도 치어리더 생활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회사에서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치어리더로 활동할 거예요. 더 나이를 먹으면 후배들을 양성하거나 학원을 운영해야죠.” 사실 활달한 성격만큼이나 확실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그녀에게 ‘신야구’는 신선한 활력소였다.

<김순기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