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단말기보조금 자유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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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단말기보조금 자유화해야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 규제의 만료시점이 다가오면서 정보통신부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공청회 내용에 따르면 특정 사업자로부터 이동전화 서비스를 3년 이상 지속적으로 제공받은 가입자에게는 한 번에 한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한번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한 번에 한해 보조금 혜택만큼 새로운 휴대전화를 정가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보도를 보고 우선 떠오른 생각은 우리나라 정통부의 규제권한이 좀 지나치게 확대돼 간다는 것이다. 왜 3년 이상 한 개 사업자에게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받은 사람만 단말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하는가.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지 않고 3년을 이용한 사람만이 특혜를 받을 만큼 그들이 통신산업 발전이나 이 사회 발전에 기여한 것이 있는가. 왜 단말기를 자주 바꾼 사람은 싸게 구입하지 못하는 ‘징벌’을 받아야 하는가. 시장경제는 물론이고 사회주의 경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통부는 보조금 규제정책의 성과로 단말기 과소비 금지, 이동통신 사업자 경영개선, 지속적인 요금인하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우선 단말기 과소비 금지라는 것이 타당성이 있는 설명인지 모르겠다. 최근 신문에 세계 이동전화 시장에서 삼성이 두 번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단말기 과소비를 빌미로 단말기 교체를 억제하면서 한편으로는 휴대전화 수출증가를 자랑하는 정통부가 자유경쟁을 추구하는 작금의 세계경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단말기 과소비의 의미는 정통부도 정의하지 못하는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단말기를 일 년에 두 번 바꾸면 어떻고 또 세 번 바꾸면 어떻다는 말인가. 현재 정통부 정책으로부터 추론하면 3년 이상 사용하고 한 번 교체하면 과소비가 아니고 한 번 이상 교체하면 과소비라는 의미가 된다.

 그러면 왜 이동전화보다 훨씬 비싼 컴퓨터·자동차 등의 교체시기를 정부는 규제하지 않는가. 정부가 이동전화 고객을 과거 3년 동안 한 번 이상 단말기를 교체한 사람과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한 후, 후자의 후생은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할 어떤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규제는 시장에 왜곡현상을 가져온다. 2년간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고 사용한 소비자는 앞으로 1년간 서비스 제공자를 바꾸거나 단말기를 교체할 수 없게 되고, 3년 이상 가입한 소비자는 새 단말기 구입 후 명의 이전을 통해 불로소득을 보게 된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또 다른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 규제는 규제를 낳고 정통부의 이두박근은 더욱 튼튼해져만 가게 되는 것이다.

 이동통신 사업자의 경영개선이 단말기 보조금 규제제도에서 일부 기인했다면 반대로 소비자는 그만큼 손해를 본 셈이다. SK텔레콤의 2004년 법인세 차감 후 당기 순이익은 1조4950억원이었다. 이동통신 사업자의 경영개선을 가져온 것이 아니고 정통부가 인위적 규제를 통해 소비자 후생의 희생을 대가로 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러함에 불구하고 보조금 정책의 성과로 지속적인 요금인하가 가능했다는 정통부의 견해는 정통부의 반시장적, 친기업적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실감하게 한다.

 정통부가 잘 인지하고 있듯이 ‘단말기 보조금은 사업자 간 강력한 경쟁수단’이다. 이미 성숙단계에 다다른 이동전화 시장에서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포함한 모든 반경쟁적 정부규제는 사라져야 한다. 정통부는 소비자가 기존 휴대전화의 구입 시기에 상관없이 새로운 기기를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고, 최우선 목표를 소비자 후생의 극대화에 두어야 한다.

◆권영선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yskwon@i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