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도와 현실의 장벽

김민수

“사업자 처지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요즘 인터넷 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흔히 듣는 말이다. 정부의 인터넷 정책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고민스럽다는 얘기다.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정책은 크게 두 가지다. 지난 9월 12일 사이버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한적 인터넷 실명 의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0월 31일에는 인터넷상 회원가입시 주민번호 대체수단 도입을 발표했다.

 이 두 제도의 취지는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한 데 따른 역기능을 막자는 데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사이버폭력 및 명예훼손을 줄이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주민번호 대체수단은 인터넷상에서 개인정보 유출과 악용을 막기 위해서다. 취지를 생각해 보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업계와 학계, 시민단체는 정부의 정책을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언뜻 보면 정부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면서 대안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업계가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바로 현실이라는 장벽이다.

 제한적 인터넷 실명 의무제를 살펴 보자. 정부는 사이버폭력의 가장 큰 원인이 익명성에 있다고 판단한 듯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네이버·다음·야후·네이트닷컴 등 주요 포털은 대부분 실명제도를 채택했지만 사이버폭력은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명제 의무화가 사이버폭력을 더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사이버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번호 대체수단도 마찬가지다. 주민번호 대체수단이 의무화되면 인터넷사업자는 관련 비용을 책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스템을 변경해야 되기 때문이다. 주민번호로 이미 등록된 기존 회원에 대한 처리 문제도 현실의 장벽이다.

 인터넷 공간은 이제 한두 가지 법제도 시행으로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 않다.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자세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그래서인지 지난 1일 인터넷 실명 의무제 토론회에서 규제 중심의 정책만을 고집할 사안이 아니라는 유승희 열린우리당 의원의 지적이 뼈있게 들린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