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서 만난 WOW 재밌네

전통의 게임 명가 블리자드의 게임 잔치 ‘블리즈콘’이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미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블리즈콘’을 찾아 전세계에서 몰려든 게이머는 약 2만여명.

우리나라 돈으로 10여만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행사를 찾은 이들은 블리자드의 열혈 추종자들로 이번 행사를 축제 분위기로 이끄는 데 데 단단히 한몫했다. 화제의 현장으로 찾아 가 보겠다.

‘블리즈콘’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블리자드가 자사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팬 파티. 비록 일개 회사의 잔치임에도 이 행사는 전세계적으로 450만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대형 MMORPG인 ‘WOW’의 확장팩 ‘불타는 성전(The Burning Crusade)’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미리부터 전세계 블리자드 팬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모았었다.비록 이번에 공개된 확장팩의 내용이 이미 알려진 것과 한 치의 차이도 없고 발표 시기 등 상당수의 내용에 대해 블리자드측은 함구해 아쉬움을 샀으나 행사장에 마련된 시연대를 통해 게이머들이 확장팩을 미리 맛볼 수 있도록 해 관람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300여석 규모의 시연대는 미리 세팅이 이뤄진 일부 캐릭터로 제한된 지역에서 PVP 또는 초반 레벨업 정도만 경험할 수 있었지만 밀려드는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확장팩은 알려진대로 ‘블러드엘프’라는 새로운 종족이 호드 진영에 추가되고 레벨 제한이 70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아웃랜드라는 새로운 지역이 추가되고 게이머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비행수단이 생기게 된다.

시연을 통해 접한 확장팩은 플레이에 제한이 있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으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원작에 비해 붉은 색 색감이 다소 강조되고 좀 더 화사해졌다는 점이 한눈에 느껴진다.블리자드하면 빼놓을 수 없는 실시간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는 발매된지 오랜기간이 흘렀음에도 이번 행사에서 유명 선수를 초정, 현장 토너먼트를 벌여 관람객들로부터 ‘WOW’ 못지 않은 인기를 모았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홍진호, 강민, 박정석(이상 KTF매직엔스), 이윤열(팬택앤큐리텔)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프로게이머들이 참가했는데 모두 승·패자조 결승전에 진출해 게임 강국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결승전에는 홍진호와 박정석이 올라와 홍진호가 박정석을 2대 1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해 1만달러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토너먼트가 열린 장소에는 2000석 정도의 관람석이 마련됐음에도 자리가 모자라 상당수의 관람객들이 주변에서 선채로 경기를 관람해야 만 했다.

결승전에서는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홍진호와 박정석의 아이디인 ‘리치’와 ‘옐로’를 연호하며 괴성을 지르기도 하는 등 흥분의 도가니를 연출하기도. 또 ‘워크래프트3’ 토너먼트에서는 황태민이 패자조에서 부활해 결승까지 진출해 우리나라의 전종목 석권이 기대됐으나 아깝게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WOW’ ‘스타크래프트’ 등 블리자드의 게임 캐릭터를 주제로 한 코스프레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행사 첫날 열린 코스프레 대회를 위해 코스프레 복장으로 참가한 게이머가 무려 90여명.

‘WOW’의 얼라이언스와 호드 진영의 각 캐릭터나 ‘스타크래프트’의 캐릭터로 분한 이들은 관람객들의 집중적인 촬영 타깃이 됐는데 특히 나엘의 여전사, 흑마법사의 소환수인 서큐버스 등은 섹시한 이미지로 이목을 끌었다.

이번 행사는 블리자드가 일개 게임 회사가 아닌 전세계 게이머들의 문화 아이콘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관람객들은 행사장인 컨벤션센터 정문에서부터 각종 게임 시연대, 캐릭터 숍 판매대 등에서 짧게는 몇십분에서부터 길게는 몇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으나 기다림 그 자체까지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또 한 게이머는 행사 내내 ‘WOW’에 등장하는 몹인 ‘멀록’을 살리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관람객들은 스스로 퍼포먼스를 벌이며 이번 행사를 블리자드가 아닌 게이머들의 잔치로 승화시켰다.블리자드와 관련해 국내 게이머들이 항상 궁금해 하는 점은 언제 ‘스타크래프트2’가 나오냐 하는 점이다.

이 회사의 사장이자 공동설립자인 마이크 모하임은 당장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을 만들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는 ‘스타’ 후속작이 나올 수도 있음을 시사해 일말의 기대를 갖게 했다.

모하임은 또 ‘WOW’ 확장팩의 출시 시점에 대해 게임의 완성도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공언해 품질을 중시하는 블리자드의 전통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 ‘스타크래프트’트 후속작 계획은.

▲ 당장은 계획이 없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도 그렇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팬이 많아 언제라도 스타의 세계관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정을 갖고 있다.

― WOW 확장팩은 어느 게임 쇼에 선보이나.

▲ 언제, 어디서 게임을 발표하느냐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게임이 현재 어느 단계에 와있느냐하는 점이다. 내년 하반기쯤 발표하게 될 것 같다.

― 한국에서도 블리즈콘을 개최할 계획은 없나.

▲ 아시아 특히 한국에 많은 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행사에 개발자들을 모두 동원하려면 전체 개발 일정이 일시 중단된다는 점이 딜레머다. 고민하고 있다.

― 평소 어떤 게임을 즐기나.

▲ 자리가 많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지만 ‘WOW’와 포커게임 등을 즐기고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도 자주 하는 편이다.

― 최근 미국에서 게임의 폭력성이 논란이되고 있는데.

▲ 게임은 영화, TV 등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여가수단일 뿐이다. 등급을 받아야하는 것은 당연하며 미성년자가 게임을 접할 때 부모가 동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지한다. 게임을 개발할 때 이같은 점은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이번 블리즈콘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맵은 일반 팬들로부터 공모한 것이어서 이를 처음 접한 우리나라 프로게이머들은 맵의 특성을 파악하느라 곤욕. 이들은 토너먼트 초반 다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내 맵의 특성을 꿰뚫고 다른 나라 선수들을 압도. 우리나라 프로게이머들의 현란한 솜씨에 현지 관람객들은 선수들의 아이디를 연호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행사장에는 세계 각국의 게임관련 기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는데 유독 아시아에서 온 기자들은 우리나라 기자들밖에 없어 눈길. 특히 최근 중국에서 ‘WOW’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중국 기자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아 각국의 기자들이 고개를 갸우뚱. 이와 관련, 블리자드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기자들이 대거 초청했으나 이들이 전부 비자를 받지 못해 불참하게 됐다”고 사연을 설명.

○…일부 게이머들이 이틀간의 행사 내내 ‘WOW’에 등장하는 몹인 ‘멀록’ 코스프레를 한 채 ‘멀록을 살리자’고 외치고 다녀 눈길. 이들은 관람객들로부터 열열한 호응을 얻었는데 한 짓궂은 관람객이 멀록을 재료로 한 요리인 ‘멀록스프’를 외쳐 폭소를 자아내기도.‘WOW’ 확장팩 ‘불타는 성전’은 새로 2개 종족이 추가된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번에 공개된 종족은 마법을 숭상하는 ‘블러드 엘프’ 종족으로 호드 진영에 속한다.

블러드 엘프는 아이템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하는 보석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아이템과 보석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여러 가지 새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얼라이언스 진영에 속하는 종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또 아웃랜드라는 새로운 전쟁터가 추가된다. 아웃랜드로 가려면 ‘다크 포털’이라는 관문을 통해야 하는데 이 문은 호드 종족과 얼라이언스 종족이 함께 하는 대규모 이벤트를 통해 열리게 된다.

확장팩의 최고 레벨은 종전 60에서 70레벨로 상향조정되고 이에 따라 새로운 특성치도 추가된다.

이밖에 새로운 탈 것과 신규 콘텐츠들이 등장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