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쿠팡, '과로' 지적받던 프레시백 회수 부담 줄인다…직고용 인력 투입

쿠팡 로켓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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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신선식품 보냉가방 '프레시백' 회수 시스템 개선에 나선다. 택배기사 업무 부담을 가중하는 프레시백 회수 업무를 직고용 인력인 '쿠팡친구'(쿠친)에게 분담시키는 방식이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파장 속 택배 사회적 대화를 통한 압박이 지속되면서 본격적인 시스템 개선에 착수한 모양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최근 이같은 업무 시스템을 인천·대구 일부 캠프에서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쿠친 인력이 있는 대리점 중 업무 강도가 비교적 높은 대리점 위주로 대상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백은 신선식품 '쿠팡 프레시' 배송을 위한 다회용 보냉 가방이다. 고객이 주문한 신선식품을 프레시백에 담아 배송하고 고객이 상품을 찾으면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프레시백 회수 업무는 그간 쿠팡 택배기사들의 노동 강도를 높인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배송 동선과 동떨어진 곳에 회수 대상이 있을 경우 다른 택배 배송까지 서둘러야 하는데다 추가 정리 작업이 병행 돼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쿠팡은 프레시백 '단독' 회수에 한해 쿠친에 분담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품을 배송하면서 프레시백을 회수하는 '연계' 회수와 달리 단독 회수는 오로지 프레시백 회수만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를 뜻한다. 시간과 동선에 비효율이 발생해 기사들이 가장 꺼리는 업무다.

쿠친은 쿠팡이 직고용한 배송 인력이다. 배송 시간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대리점에 각각 투입돼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리점 소속인 퀵플렉스 택배 기사들의 업무 부담은 물론 불만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로 꼽힌다.

쿠팡은 시범운영 성과에 따라 새로운 프레시백 회수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쿠친 인력 투입에도 한계성이 있는 만큼 회수 물량을 전부 쿠친에게 일임하거나, 새 시스템을 전국 캠프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쿠팡이 프레시백 회수 시스템 개선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택배 사회적 대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번 3차 택배 사회적 대화는 1·2차 사회적 대화 때 빠졌던 CLS가 처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4차례 회의를 거친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쿠팡 때리기' 형태로 흘러가는 중이다. 첫 회의부터 노동계가 '새벽배송 금지'를 요구하는 등 쿠팡에 대한 압박이 거세다. 최근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까지 터지면서 쿠팡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CLS가 프레시백 회수 시스템 개선 외에도 다양한 시스템 개선안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그간 쿠팡은 처우 개선 외 시스템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며 “최근 쿠팡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태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