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구두끈을 동여맬 때입니다. 끈을 매는 이유에 대해선 (업계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14일 열린 벤처 업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 장관의 발언처럼 이날 간담회는 최근 잇따라 터진 벤처 업계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의 재발을 방지하고 동시에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산자부 측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입보(연대보증) 문제와 구주 매각 허용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제2의 벤처 붐’을 꼭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한 셈이다.
◇정부, ‘제2 벤처 붐’ 조성에 강한 의지=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벤처 업계에 윤리·투명경영을 당부하고 정부로서도 벤처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다각도의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산자부는 1세대 벤처기업의 잇따른 회계부정 사건과 관련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지난주 이민화 전 회장으로부터 최근 사태와 관련한 소회를 듣고 벤처 업계가 처한 시대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벤처 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윤리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의견,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까=정부가 작년 말과 올 초 발표한 벤처 활성화 대책들은 사실상 업계의 목소리를 그대로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도 벤처 업계가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열렸지만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면 벤처 업계에 회계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 형식이 벤처 업계의 건의와 정부의 의견으로 구성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이동근 산자부 산업정책국장은 간담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간담회 내용을 정리해 부처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금감위에선 과거 분식회계 문제를 자진 해소한 기업에 대해 감리면제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소개했다.
◇업계, 재도약 계기 될 것=벤처 업계는 불미스러운 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다시 한 번 벤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측면에서 고무된 모습이다. 특히 벤처 활성화 대책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내용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면에서 환영하고 있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은 “분식회계 문제로 벤처 업계가 초토화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이번 간담회를 통해 확인했다”며, “정부가 벤처 업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점을 해소해 준다면 벤처 업계가 재도약하는 데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벤처 업계는 이날 간담회에서 △과거 분식회계 기업에 대한 문제 해소 기회 부여 △기업가의 과도한 책임 경감 방안 마련 △벤처 활성화 대책의 지속적 추진 △경영 재기지원 제도 개선 등을 요청했다. 또 업계의 윤리·투명 경영 확산을 위한 실천 대책으로 △투명경영 실천포럼 개최 △회계관리 내부 통제제도의 조기 도입 및 보급 △분식회계 집단소송제 유예제도 활용 권장 △윤리경영 확산 사업 확대 추진 등을 제시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