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 승차는 이제 그만!’ ‘돈 받으려면 소스 내놔라!’
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인 위피(WIPI)의 개발 및 유지 비용을 분담하는 문제로 업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이통업계를 대표하는 SK텔레콤과 제조사를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비용 분담 문제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면서 표준 제정을 주도했던 정통부까지 중재방안을 찾아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위피 도입 이후 단말기 개발기간이 단축되는 등 제조사들이 다양한 혜택을 보고 있다며 이통사가 전적으로 부담하던 비용의 일부를 제조사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솔루션업체들 역시 위피 도입 이후 대다수 플랫폼업체가 적자에 직면했다며 제조사 역할론을 강조했다. 반면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들은 위피의 소유권이 이통사에 있는 한 돈을 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맞서 업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무임승차 이제 그만”=SK텔레콤과 관련 솔루션업체들은 무선인터넷 생태계에서 각 주체가 위피 활성화를 위해 큰 부담을 안고 있지만 유독 제조사만이 여기서 한 걸음 비켜서 있다며 위상에 걸맞은 역할론을 강조했다. 국가 표준으로 위피가 채택된 이후 이통사는 수백억원의 비용을 들여 플랫폼을 개발했고 솔루션업체들도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이 수년간 투자를 단행했지만 제조사만이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위피 생태계에서 이통사, 솔루션업체, 콘텐츠 개발사 모두 부담을 안고 활성화에 나섰지만 제조사만이 사실상 위피 환경에 무임 승차했다는 설명이다.
이통사들은 제조사들이 위피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분담하거나 최소한 플랫폼을 휴대폰에 포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용역 및 기술지원 비용만이라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브라우저, 벡터솔루션 등 다른 소프트웨어를 휴대폰에 탑재할 때에는 제조사들이 라이선스비를 지급하면서 유독 위피만 돈을 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원성을 높이는 추세다.
SK텔레콤의 관계자는 “위피 도입 이후 제조사들도 단말기 개발 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플랫폼 구축에 따른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등 여러가지 혜택을 입었다”며 “위피가 국가 표준으로 정해진 이후 대다수 업체가 많은 부담을 나눠지고 있는만큼 위피 생태계가 완성될 때까지 제조사들도 일정 부분 희생을 감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돈 받으려면 소스 내놓아라.”=위피 비용 분담과 관련, 대부분의 제조사는 난색을 짓고 있다. 위피의 소유권이 이통사와 솔루션업체에 있는데다 위피 도입에 따른 제조사 수혜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위피는 이통사들의 부가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의 성격이 짙다”며 “위피 도입으로 제조사가 얻은 혜택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원칙론 차원에서 반대를 표명한 반면 LG전자는 조건부 타협안을 내놓았다. 돈을 낼 용의가 있지만 그에 앞서 이통사들이 위피 소스를 오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스오픈 문제는 표준의 유효력 상실과 관련된 또다른 논란을 불러올 소지를 안고 있어 해결점을 찾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제조사들이 위피 소스를 활용해 각기 다른 플랫폼을 만들면 국가 표준인 위피의 호환성이 더욱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솔루션업체의 한 관계자는 “표준을 통제할 마땅한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위피의 소스를 공개하면 표준으로서의 호환성이 크게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외산 솔루션에는 큰 비용을 감수하고 도입하는 제조사들이 위피에만 돈을 쓸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이통업계의 관행에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