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사업을 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나는 다시 사업을 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인으로서 책임을 다할 자신이 없습니다.”
어느 실패한 벤처인이 500여명의 공무원을 앞에 두고 한 말이다. 사업에 실패해 아무리 분기에 차도 그렇지, 기업인으로서 할 말은 아니다. 어떻게 기업인이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한단 말인가. 이는 모든 기업인의 사기에 찬물을 끼얹는 말이다. 하지만 속내를 알고나면 이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벤처신화를 만든 사람이다. 코스닥을 만들었고 모든 벤처인의 가슴에 꿈을 심어준 인물이다. 벤처 갑부로 부러움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사업에 한 맺힌 얘기를 서슴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업 실패의 원인이 자기에게만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는 벤처기업에 요구하는 윤리의 수준이 지나쳐 정도를 벗어난 속박이 경영마저 옥죄고 있다고 개탄했다. 경영상 자금소통을 위해 자회사를 팔려고 해도 기업을 팔면 마치 경영에 실패한 기업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때 자회사만 팔았어도 경영권을 넘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는 그의 말끝은 울먹임이 배어 있었다.
또 대주주가 신주 인수시 구주를 팔려고 할 때의 곱지 않은 시선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주주가 지분을 팔면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져 주가가 곤두박칠친다. 주가 보호 차원에서 결국 차입을 하든 집을 팔든 CEO 개인 돈을 끌어들여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것이 현재 벤처를 둘러싼 환경이다. 얼마 전 불거진 터보테크와 로커스의 회계 관련 사건도 같은 맥락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땅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며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다.”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한 벤처기업가가 회사를 떠나며 남긴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IT인프라 세계 최고를 입버릇처럼 자랑하는 우리나라 위상은 벤처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차마 거론하기가 무색하다. 그래도 내 나라이기 때문에 실패한 기업가는 후진양성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의 회한은 결코 자책이 아니다. 역설(逆說)이며 고언(苦言)이다. 그렇다면 산업발전을 위해 진정 필요한 인프라는 무엇인가.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