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처 간 의견이 달랐던 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 지급금지법 개정안에 대해 타결점을 찾았다고 한다. 법 개정안 내용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정통부의 ‘규제 3년 연장과 3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 한해’ 허용한다는 개정안 원안 대신 ‘규제 2년 연장과 2년 이상 장기 가입자 허용’이라는 내용의 단일안 마련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단일안을 마련하는 데는 재정경제부의 중재 노력이 주효했다고 한다. 정부 부처 간 정책을 놓고 의견을 달리할 때 다른 부처가 중재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책의 내용이 당초 취지와 차이가 있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은 받을 수 있지만 현안에 대해 차선책을 선택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 내용이 짧은 시일 안에 변경되는 것은 이유가 무엇이든, 어떤 과정을 거쳤든 간에 국민의 혼란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지적받을 만하다. 정통부 처지에서 통신규제정책의 사활을 걸고 보조금 규제를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사전에 충분히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이견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한 과정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건 아쉽다.
특정 부처의 이해관계를 떠나 정책의 일관성이나 소비자의 권익 그리고 산업적인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마련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는데 부처 간 사전 조율 미비로 이견을 보였고 이것이 자칫 통신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반쪽짜리 정책이 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정부의 단일안은 긍정적·부정적 양면성을 갖고 있다. 우선 가입자들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전히 이견이 있지만 당장 가입자 처지에서 보면 구입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한테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이번 안이 확정될 경우 내년 3월 27일부터 전체 가입자의 53%에 달하는 2년 이상 가입자 2000만여명이 휴대폰 단말기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 비해 그만큼 단말기를 많이 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이동통신사들은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자칫 시장에서 과잉경쟁을 벌일 경우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
만약 이런 현상이 시장에서 재발한다면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다시 금지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사업자 간 경쟁과열로 무역수지 악영향, 과소비 현상, 로열티 해외 지급 등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아 보조금 지급 금지 조치를 취했으며 소비자단체도 정부 정책을 수용했던 것이다. 이처럼 단말기 보조금 정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그 얼굴을 달리할 수 있다.
이번 정부 개정안은 이달 말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내년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해야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오는 2008년께는 보조금 규제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또 지급 대상이 확대돼 내년 이후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사실상 보조금 지급이 양성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가입자 유치 및 이탈 방지를 위해 이동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종전보다 마케팅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정부가 통신 요금정책에 모두 관여할 수는 없다. 또 위반과 제재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언젠가는 시장원리에 맡겨야 할 일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고 IT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도록 기업들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특히 투자를 기피하거나 요금 인상, 서비스 질 저하 등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