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네덜란드 이르데토액세스와 휴대이동방송용 수신제한시스템(CAS)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국산 CAS의 첫 시장 진출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디지털케이블TV방송,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은 외산 솔루션만 써왔던 게 현실이다. 또 CAS 분야 빅3인 이르데토액세스 입장에선 일보 양보를 통해 이보 전진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셈이다. 이번 협상은 그러나 가시적인 윈윈협상이라기보다 양날의 칼일 수도 있어 마지막 계약 체결까지 돌출 변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 CAS가 중요한가=유료방송에서 CAS 역할은 한 마디로 ‘전부’이다. 돈을 낸 사용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CAS 코드가 일반에 풀려 유통될 경우 시청자들은 월정액을 내지않고 암시장에서 해독코드를 구입해버려, 유료방송 모델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CAS 시장은 신규업체의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SK텔레콤으로선 국내 첫 개발·공급업체라는 타이틀보다는 위성DMB 신규서비스 모델 개척을 위해 꼭 CAS를 확보해야했다. 유료 신규서비스는 반드시 CAS를 통해야하기 때문이다. 시장규모도 단말기당 15∼20달러 수준에 매년 100만∼200만명의 신규가입자 및 단말기 보급 예측을 감안하면 1500만∼4000만달러에 이른다.
◇세계 시장 상황=세계 시장에선 루퍼트 머독 계열의 NDS와 유럽 기반의 나그라비젼·이르데토액세스 등이 경쟁중이다. 이들 빅3는 디지털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 이어 차세대 시장인 휴대이동방송용 기기 선점에 나선 상황이다.
이르데토는 이미 SK텔레콤과 3년전 위성DMB용 공급계약을 성사시키며 경쟁사보다 앞서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했다. 장기적으론 유럽과 중국 시장 선점을 노리는 상황이다.
이르데토로선 한국 시장을 독점할 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 SK텔레콤과의 협력을 내다보고 SK텔레콤의 독자화 길을 열어준 셈이다. 계약서 초안은 이르데토측이 작성중이며 마지막 조율은 ‘SK텔레콤이 이르데토에 어떤 지원과 협력을 할 것인지’가 초점이 될 전망이다.
◇전망=SK텔레콤측은 “아직 최종 사인이 안 된 상황”이라며 합의 내용의 외부 유출을 꺼리는 상황이다. 이번 합의가 자칫 이르데토의 한국 철수로 비쳐져 합의가 깨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CAS업체 한 관계자는 “이르데토가 시장 독점기회를 왜 버리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며 “외부에 알릴 수 없는 새로운 조항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