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속으로 떠나는 여행]#3

역사상 최초의 상용 게임은 SF인가? 이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미가로 제작되어 발매된 최초의 게임은 바로 ‘스페이스 워(Space War)’다. 태양이나 행성을 피하면서 적기와 대결하는 SF 게임이었다.

‘스페이스 워’에서 시작하여,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이르기까지 SF는 게임의 역사 속에서 큰 위세를 발휘하고 있다. 이를 테면, 최초의 RPG 중 하나인 ‘울티마 1’에서도 후반부는 우주를 무대로 전개되고 있으며 국내 최초의 게임광들은 ‘인베이더’나 ‘갤러그’, ‘제비우스’를 통해 증식했다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실례로, 국내 최초의 게임 잡지라 할 수 있는 컴퓨터 학습에서 첫 번째 기사는 ‘갤러그 100만점 내기’였으며, 그 후 ‘제비우스 1000만점 내기’ 기사가 뒤를 이었다).게임 문화의 초창기. 우리들은 전투기를 몰고 우주를 날아다니며 외계인의 습격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고 시간을 넘나들며 역사의 사건들을 해결하곤 했다. ‘팩맨’ 등 몇 종을 제외하면 인기 있는 게임은 모두 SF였고 그만큼 많기도 했다. 말 그대로 게임의 시작에 SF가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1978년에 공개된 최초의 블록 버스터 ‘스타워’의 인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게임이라는 것이 우리의 상상력을 가장 충실하게 실현해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체험하게 해 주는 매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스타워즈’에서 우리들은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맛볼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는 것에 불과 할 뿐이다. 다스베이더에게 쫓기는 루크의 모습을 보며 “루크 힘내!”라고 소리칠 수 있지만 단지 그것으로 그칠 뿐이다.

반면, 루카스 아츠의 게임 ‘엑스윙’에서 우리들은 루크 스카이워커가 되어 제국의 전투기와 대결을 벌일 수 있다. 아니, 영화 속 그대로의 상황 만이 아니라 영화에는 숨겨져 있는 그 이면의 세계, 혹은 그 이상의 상상도 실현할 수 있다. 제국군이 마음에 든다고? 그렇다면 ‘타이파이터’를 타고 반란군을 물리치면 된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인류를 대표하는 테란이 아니라, 저그나 프로토스 등 다른 세력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다.

이렇듯, 상상을 글이나 영상을 통해서 간접 체험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 세계에 뛰어들어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SF를 소재로 한 게임의 매력인 것이다.

가능성을 체험한다는 점은 다른 게임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니드 포 스피드’ 같은 게임이 없다면 페라리라 람보르기니 같은 자동차를 조종해 보는 것은 정말로 꿈에 가까운 일이다. 게다가, 사고나 과속으로 딱지 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더욱 더 무리이다. ‘팰콘’에서 우리는 조국의 하늘을 수호하는 F16의 조종사가 되기도 하고 ‘심시티’에서는 거대한 도시의 시장이 되어 멋진 야경을 꾸밀 수도 있다.

하지만 밤 하늘 너머의 우주를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백악기로 가서 공룡을 사냥하며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과 싸우는 것은 오직 SF 게임에서만 가능하다. 허황될지도 모르는 그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결국 종점은 SF에 이른다.

그 때문일까. SF는 비단 게임계의 시작에만 위치하지 않고 게임계에 변화를 준 수많은 명작들과 함께 하고 있다. 앞서 얘기했던 최초의 슈팅 게임 ‘스페이스 워’를 필두로 ‘인베이더’나 ‘제비우스’ 등 많은 슈팅 게임 대부분이 SF이고 웨스트우드의 ‘듄2’가 없었다면 ‘스타크래프트’나 ‘커멘드 앤 컨쿼’도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세가의 ‘스페이스 해리어’덕분에 우리는 2D가 아니라 3D의 세계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울펜슈타인’을 거쳐 ‘둠’ 그리고 ‘퀘이크’ 등으로 계승되었다.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로 인해서 우리는 ‘바이오 하자드(생물학적 재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마법에 의한 것이 아닌 세균 병기에 의해 창조된 좀비들과의 치열한 대결을 벌이게 된다. 생물 병기의 공포는 세가의 ‘하우스 오브 더 데드’에서도 마찬가지이다(SF세계는 미친 과학자 투성인가?).현재 PS3용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잠입 액션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탄생시킨 ‘메탈기어’ 시리즈 역시 SF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주 보행식 핵탄두 발사 메카닉, 메탈기어를 중심으로 한 그 독특한 세계관은 SF만의 과학적 상상력을 통해 깊이 있는 스토리를 제공한다. 3편에서는 시대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지만 ‘엑스파일’ 스타일의 음모 이론과 70년대 만화에서 나올 법한 독특한 메카들을 등장시켜 깊이를 더해주기도 했다.

‘기동전사 건담’이나 ‘메크워리어’를 필두로 하는 메카닉 게임이나 ‘윙커멘더’ ‘프리스페이스’ 같은 우주 전투기 조종 게임은 SF 게임의 전형이기도 하지만 이들 모두 상당한 인기를 통해서 많은 팬들을 이끌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특히, 지금은 사라진 오리진 소프트의 ‘윙커멘더’는 1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게임 업계 사상 최초의 블록 버스터로 남았을 뿐만 아니라, 3편 이후에는 ‘스타워’에서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맡았던 마크 해밀을 주연으로 한 영상으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주기도 했다.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이라면 최초로 완전한 3D 시스템으로 우주를 재현한 렐릭의 ‘홈월드’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최초의 풀 3D RTS인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에 이어 충격을 전해 주었던 이 작품은 ‘플래툰’에서 사용되었던 ‘현을 위한 아다지오’와 함께 연출된 오프닝과 충실한 스토리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듄 2’이래 RTS 게임의 대부분은 SF 세계를 무대로 전개되고 있는데 박진감 넘치는 음악으로 인상 깊은 ‘커멘드 앤 컨쿼’ 외에도 ‘그라운드 컨트롤’, ‘어스 2160’, 최근에는 ‘워해머 40000’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들이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슈프림 커멘더’ 같은 대작들이 줄줄이 준비되어 있다.

우주를 날아다니고 로봇이 활약하고 괴상하게 생긴 외계인들이 날뛰는 세계. 그래선지 SF에는 “황당하다”는 평이 추가되지만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의 세계이기에 그런 평은 도리어 장점으로 작용한다.거대한 전함을 조종해서 적과 대결하거나 로봇을 타고 칼 싸움을 벌이는 등 황당하기까지 한 SF 세계의 상상력이 게임에 재미를 부여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그리고 흥미 넘치는 스토리를 제공한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황당하다는 말과 더불어 “애들용”이라고 천대받는 SF지만 적어도 게임계에서 만큼은 우대받는 존재이며 앞으로도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붐과 더불어 ‘리니지’ 스타일의 팬터지 게임이 너무나 넘쳐나는 상황에서 SF는 바닥난 소재의 창고를 채워줄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로 평가된다. ‘아나키 온라인’ 등 SF 작품이 실패하기도 했지만 ‘스타워’를 무대로 한 ‘갤럭시즈’는 지금도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슈퍼 영웅들을 주역으로 한 ‘시티 오브 히어로즈’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소재로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비록 그 숫자는 여전히 적지만 하나 둘 늘어나는 SF 온라인 게임들은 게임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SF 세계의 가능성을 더욱 기대하게 해 준다.SF 칼럼리스트. 게임 아카데미에서 SF 소재론을 강의 중이며, 띵 소프트에서 스토리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SF WAR 클럽(www.sfwar.com)이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설명] 순서대로...

◇ 1978년 패키지로 묶여서 발매된 ‘스페이스 워’

◇ ‘제비우스’ 처음 이 작품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배경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스타워 엑스윙’. 이 게임에서 우리들은 엑스윙을 타고 제국군과 대결한다.

◇ 웨스트우드의 ‘듄 2’. ‘스타크래프트’나 ‘C&C’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 ‘스페이스 해리어’. 3D 슈팅이라는 재미를 주었다

◇ ‘바이오 하자드 4’. 시리즈는 계속된다.

◇ 코나미의 ‘타임 파일럿’ 상하좌우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역사적 대결을 펼친다.

◇ ‘윙커멘더 4’ CD 6장이라는 파격적인 용량이 충격적이었다.

◇ 진정한 우주전을 연출했던 ‘홈월드’

◇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의 후속작 ‘슈프림 커멘더’

◇ ID 소프트의 ‘둠’. 최근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은 1인칭 슈팅의 붐을 일으켰다

◇ SF 게임의 상상에서는 쥬라기 공원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오퍼레이션 제네시스’

<전홍식 pyodogi@sfw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