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게임의 첫 공인 심판이라는 사실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느낌입니다. 모든 일이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잘 풀리듯 깔끔하고 완벽한 일처리로 공인심판답다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지난 11월 28일 한국e스포츠협회 FPS(1인칭 슈팅)게임 리그 제 1호 공인심판이 된 황규찬(26)씨는 자부심과 함께 주위의 시선과 기대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무엇이든 1호나 처음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모범이 돼야하고, 기대 또한 저버리면 안된다는 심적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할일이 너무 많아요. 교육도 받아야하고, 각종 FPS게임에 대한 지식도 쌓아야죠. 또 게임 진행에 관한 기술적인 부분과 나아가 선수와 팬이 원하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파악해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심판의 능력을 갖춰야 하거든요.”
# ‘공인 1호’라는 사실에 심적 부담 커
어릴 시절, 그는 또래 아이들처럼 게임을 좋아했고 유명한 게임이라면 PC, 콘솔, 온라인을 망라해 한번쯤 해보지 않은 게임이 없을 정도다. 초등학교 때는 몇몇 아이들이 갖고 놀던 아날로그 휴대게임기가 그렇게 멋져보여 부모님께 사달라고 졸라보기도 했지만 당시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 되려 부모님께 게임만 좋아한다고 꾸중을 듣기 일쑤였다.
“한번은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너 그렇게 게임만 좋아해서 크면 뭐가 될려고 그러냐’고요. 그 때 본능적인 반항심에 아버지께 대꾸했던 말이 생각나요. 커서 게임 관련 일을 하면 될 거 아니냐고요. 그런데 어느새 여기까지 왔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부터 제 인생이 정해진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게임 중에서 유난히 FPS게임을 좋아했던 그는 FPS 공인 심판으로 확정되기 몇일 전까지 ‘E1패밀리’라는 이름난 ‘스페셜포스’ 게임팀 멤버였다. “대회를 앞두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는데 저만 쏙 빠져서 함께 연습한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또 한 번 해보고 싶었던 분야였기 때문에 결심했습니다.”
# 선수와 유저, 팬 동시에 만족시키는 심판
사실 공인심판 이전부터 FPS 게이머로는 최고참급에 속하고 FPS게임에 관한 오랜 경험 때문에 그에게 여러차례의 심판 역할이 주어졌다. 지난 6월 ‘스페셜포스’ 첫 공인대회인 ‘MPIO MBC게임 스페셜포스리그’에 게임연출 겸 심판장으로 활동했다. 어찌보면 이 때부터 FPS 리그 심판이라는 새로운 길이 그의 인생에 열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후에도 ‘코리아 e스포츠 페스티발’ 스페셜포스 부문 게임연출, ‘대구 e스포츠 페스티발’ 게임연출, 그리고 최근 시작한 ‘SPRIS MBC게임 스페셜포스리그’에 게임연출 겸 심판장을 맡았다.
그가 생각하는 FPS게임과 리그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일단 세계적으로 어느 장르보다 FPS게임 유저층이 가장 두텁다. 국내에서도 FPS게임 붐이 한창인 가운데 새로운 FPS게임과 리그가 등장하고 있다. “어느새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보는 게임으로 정착해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닙니다. 하지만 조만간 FPS게임도 스타크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릴 날이 올겁니다. TV나 영화를 통해 익숙한 군인들 간의 전투이기 때문에 게임을 잘 몰라도 구경할 수 있고, 또 게임을 잘 알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이 FPS 게임 리그입니다. 장점으로 치면 어떤 게임리그보다 돋보이죠.”
# 모든 FPS에 정통한 심판 될 것
하지만 이에 앞서 해야할 일이 너무도 많다. 현재 양대 FPS리그로 불리는 ‘스페셜포스’와 ‘카운터스트라이크’ 리그에 대한 체계화가 필요하고, 선수는 물론 팬들까지 FPS게임 리그 진행에 가장 큰 불만으로 제기되는 렉 문제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또 스스로 부족한 점으로 여기고 있는 ‘카운터스트라이크’ 게임과 리그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높여야하고, 선수와 유저 및 팬이 원하는 것도 세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 FPS팬들의 불만을 조율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다. 이는 아직까지 ‘카운터스트라이크’와 ‘스페셜포스’ 유저 사이에는 각각의 게임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상대 게임을 깎아 내리려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는 ‘스페셜포스’ 심판이 아니라 협회 FPS 리그 공인 심판입니다. 개인적인 주종목 ‘스페셜포스’ 외에도 ‘카스’와 ‘서든어택’, ‘워록’ 등 새로운 FPS 게임에 대해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최소한 욕먹지 않고, 모든 선수와 유저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도 솔직히 말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스타크래프트’의 유명 프로게이머처럼 게임리그에서 뚜렷한 입상경력도 사실 없고요. 하지만 저에게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FPS게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멋진 FPS리그 심판장 역할 기대해주세요.”
<임동식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