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코리아가 새로운 세상을 연다.’
새로운 세계사의 장을 여는 것은 오랜 기간동안 우리의 몫이 아니었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는 열강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거나 냉전의 분리선이 그어지는 곳에 지나지 않았다. 산업화의 막차에 허겁지겁 올라탔지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사회적 갈등에 한동안 신음했고, 뒤이어 삽시간에 우르르 무너져 버린 천박한 산업화의 이면이 드러나 스스로를 부끄러워 해야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코리아’에 ‘정보기술(IT)’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IT코리아’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IT코리아라는 이름은 새로운 세상의 경험을 함축하는 의미로 인식됐다. IT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생활환경과 삶의 방식을 세상에 알리면서 부터다. 이때부터 IT코리아는 ‘무언가 놀랍고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키워드는 디지털과 네트워크다. 놀라운 변화였다.
지난 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엘 고어 미 전부통령은 “한국의 유비쿼터스 디지털 기술은 인쇄술에 이어 전세계가 한국에 두번째로 신세를 지는 커뮤니케이션의 큰 성과”라고 표현했다. 미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지는 “한국은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이라고도 했다. 굳이 멀리서 관찰하는 이들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2006년 1월 현재 우리가 딛고 있는 공간은 이미 다이내믹한 정보혁명의 중심지임을 의심치 않는다. IT라는 상생과 협력의 도구로서 인류진화에 힘을 보태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세상을 여는 IT코리아는 지난 해 부산에서 개최된 APEC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만든 와이브로 기술은 시속 120㎞로 달리는 차에서 인터넷에 연결해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화상회의를 가질 수 있다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가장 먼저 보여줬다.
손 위에 TV를 올리려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는 우리가 창조한 DMB폰으로 가장 먼저 현실화됐다. 디지털시대 ‘세상의 창’으로 불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TFT LCD나 PDP의 가장 앞선 형태도 세상은 우리를 통해 먼저 조우한다. 우리의 시장이 그다지 크지 않고 가진 자본도 빈약하지만 가장 빨랐고, 가장 다이내믹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이어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로 세계화를 고찰해온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화 버전 1.0(1492∼1800년)은 세계를 ‘라지’에서 ‘미디엄’ 사이즈로, 세계화 버전 2.0(1800∼2000년)은 ‘미디엄’에서 ‘스몰’사이즈로 각각 줄였다고 표현했다. 이후 세계화 버전 3.0은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혁명으로 세계를 ‘스몰’사이즈에서 더욱 작고 평평하게 만든다고 했다.
작고 평평한 세계에선 크고 강하고 무거운 것보다 작고 부드럽고 가벼운 것이 경쟁력을 갖는다. 작은 집단 또는 개인의 역량이 세계적 차원에서 동등한 경쟁을 벌이는 새로운 지정학의 질서가 생겨났다는 얘기다. 오랜 기간동안 새 세상의 장에 손이 닿지 않았던 우리에게는 새로운 역량과 기회가 주어지게 된 것. 프리드먼은 “평평한 세계에서 한국과 같이 IT인프라를 갖추고 극단적 자본주의를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을 위협한다. 과거와 달리 미국과 한국은 같은 경쟁선상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말이다.
IT코리아는 동시에 따뜻한 세상을 열고 있다. IT로 효율적이고 투명한 정부를 만드는 법을 다른 나라에 전하고 있는 것. 몇 년 사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예멘, 브르나이, 필리핀, 코스타리카, 중국, 파키스탄, 라오스, 방글라데시 등과 전자정부 경험을 나눴다. 98년 이후엔 아시아 32개국, CIS 9개국, 중동 10개국, 중남미 14개국, 아프리카 9개국, 유럽 10개국 등 84개국 1555명과 IT 경험을 공유했다.
세계는 또 빠르게 변한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지나 3차 정보화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면 다가올 4차 혁명은 정보와 공간이 하나로 통합되는 유비쿼터스 혁명이다. 정보가 가장 빨리 이동하는 IT인프라 위에서 4차 혁명이 먼저 도래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다. 유비쿼터스(U) 홈과 U도시, U사회가 IT코리아 브랜드를 달고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려 하고 있다.
미래를 살게 될 유비티즌은 u헬스, u러닝 등 유비쿼터스 환경을 경험하면서 모든 물체와 공간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오래전부터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의 한계로부터의 해방을 언급했던 조지길더는 이미 “한국은 유리와 빛으로 만들어진 범세계적 새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다. 텔레코즘의 선도적 활동영역이 한국으로 이동했다”고 선언했다. 우리도 u코리아 비전을 일찌감치 세워놓고 또 하나의 새 세상을 열 채비를 갖추고 있다.
IT코리아는 이렇게 새로운 세상을 여는 주역으로 재탄생을 경험하고 있다. 개인도, 기업과 공동체도, 국가도 새 세상을 여는 데 즐거운 마니아가 되자. 출발은 또 다시 지금부터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