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멀티미디어 반도체 전문업체 칩스앤미디어(대표 임준호)는 최근 미국 프리스케일세미컨덕터의 모바일 칩 제품군에 자사 비디오 지적재산권(IP)를 제공하는 장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국내 벤처가 개발한 영상처리 관련 지적재산권이 해외 선진반도체기업의 칩설계에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에앞서 모바일솔루션업체 인트로모바일(대표 이창석)도 미국 유력 이동통신업체인 T모바일USA에 3년간 500만달러의 기술 로열티를 받는 것을 비롯해 총 800만달러 규모의 모바일 솔루션 수출계약을 체결해 주목 받았다.
‘파워 IT코리아’의 힘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특히 대규모 수출 계약 보다 이들 벤처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거액의 로열티를 받아왔다는 점이다. 고유기술과 특허를 기반으로 로열티를 받는다는 것은 우리 IT산업 구조가 그만큼 선진화됐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192만명으로 세계 1위다. 인터넷 이용자 수도 3158만명으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와이브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우리 기술로 구현한 첨단 서비스들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선보였다. ‘IT강국 코리아’라는 말에 이제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람들도 모두 수긍한다.
하지만 화려한 외면과는 달리 IT 강국 코리아의 속내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원천기술로 대변되는 지재권 분야다. IT 분야의 급격한 발전에도 기술무역 수지의 적자폭이 매년 커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IT분야가 차지한다. 원천기술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아직 높다는 의미다. 이는 그동안 따라잡기(CATCH UP) 기술전략으로 선진국에 대한 기술종속이 심화한 데다 기술개발의 권리화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IT 강국 코리아를 넘어 IT지재권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재권 관리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IT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외국기업에 지급하는 특허료만 1조5000억원에 달했고, LG전자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원천기술을 보유한 선진기업에 제공해야 했다. 특히 대부분의 특허료 계약이 제품 한 개당 로열티를 매기는 방식이라서 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매출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외국 기업으로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앞으로 몇 년 안에 해외 선진업체들의 원천기술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글로벌 기업은 나름대로 수십년 동안 IT 분야에서 연구개발(R&D) 노하우를 확보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벤처기업의 사례들에서 살펴볼 수 있듯 응용기술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들의 노하우가 선진기업에 못지 않다. 퀄컴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모바일벤처인 네오엠텔을 비롯해 칩스앤미디어, 인트로모바일 등 모두 시장을 읽는 빠른 눈과 임베디드 환경에 최적화시키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 영역을 개척한 사례다.
최근 특허경영을 선언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글로벌기업 따라잡기의 초점을 ‘디지털컨버전스’와 관련한 응용기술 분야에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까지 세계 톱3의 특허기업으로 끌어올리고 2015년에는 특허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킨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LG전자는 2010년까지 세계 IT·전자업계에서 특허경쟁력을 기준으로 톱3에 진 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내년부터 2010년까지 매출액 중 5% 이상을 R&D에 쏟아부어 15조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IP 확보를 통한 지재권 기반을 넓히는 것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선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해외로 빠져나가는 로열티를 줄이는 것 뿐 아니라 한 산업군의 세계시장 기술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형 비즈니스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추격형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기술 선도형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오엠텔의 김윤수 사장은 “향후 기업의 생존은 한발 빠른 기술 개발 노력을 통해 각 분야의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며 “특히 디지털컨버전스 영역은 우리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각종 응용기술을 확보해 선진형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특허전략
국내 대표 IT기업인 삼성과 LG는 최근 잇따라 IP(Intellectual Properties) 경영 전략을 내놓았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에서 갈수록 특허의 중요성이 부각되는데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재재권 경영을 강화해야 하는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07년까지 세계 톱3의 특허기업으로 끌어올리고 2015년에는 특허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킨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등록한 특허건수는 지난해 1604건으로 전체 기업 중 6위를 차지했다.삼성전자를 앞서는 기업은 IBM과 마쓰시타, 캐논, HP, 마이크론 등 5개 업체다.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등록 순위를 2007년까지 톱3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250여 명 수준이던 특허전담 인력을 2010년까지 450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국제특허전문가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변호사와 변리사 등 국제특허전문가 비중을 12%에서 2007년까지 3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이 지식 중심 사회로 전환되면서 특허는 디자인과 함께 기업 경쟁력의 또 다른 무기”라며 “양적 경영을 지양하는 대신 원천 기술 확보 등 질적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2010년까지 특허경쟁력을 기준으로 세계 톱3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내년부터 2010년까지 매출액 중 5% 이상을 R&D에 쏟아부어 15조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LG전자의 미국 자회사 제니스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 지상파 디지털방송 전송규격인 VSB에 대한 특허를 통해 칩 판매 수익 외에도 세계 100여 개 디지털TV 제조업체들로부터 연 1억달러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특허출원수를 현재 연 2000건에서 2010년에는 5000건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150여 명 수준의 특허전담 인력을 2007년까지 25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지역별로 특허거점을 구축해 지역 전문가를 육성하고 특허개발, 라이선싱, 소송 등 업무별 전문가도 체계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로열티 받는 벤처기업
무선인터넷 및 임베디드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국내 벤처가 개발한 기술이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며 각종 라이센스 계약을 이끌어 내 주목받고 있다. 선진기업들이 확보한 원천기술에 비하면 기술 적용범위가 제한적이지만 모바일 분야의 그래픽 및 동영상 솔루션, 차세대 플랫폼 분야에서 특화된 기술을 확보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특히 멀티미디어 솔루션 분야에서 중소 벤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국산 소프트웨어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시스템반도체 업체들과의 라이센스 계약이 속속 체결되고 있는 것. 대표적인 곳이 칩스앤미디어(대표 임준호)로 최근 미국 프리스케일세미컨덕터의 모바일 칩 제품군에 자사의 비디오 IP를 사용하는 장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칩스앤미디어가 제공하는 기술은 ‘멀티 스탠더드 코덱 IP’로 MPEG-2·MPEG-4·H.263·H. 264·VC-1(WMV-9) 등의 표준에 따라 데이터를 동시에 디코딩 또는 인코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칩스앤미디어는 매년 수십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라이센스 대금과 로열티를 기대할 수 있으며 2007년부터는 로열티 수입만 연간 100억원 이상에 달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엠큐브웍스(대표 구준모)도 코아로직에 솔루션을 공급했으며 픽스트리(대표 신재섭)는 MPEG4 기술을 텔레칩스 등에 공급했다. 또 넥스트리밍(대표 임일택)도 동영상 압축 솔루션을 르네사스에 공급,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선인터넷 분야의 벤처들도 각종 멀티미디어 및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네오엠텔(대표 김윤수)는 우리나라가 매년 수조원씩 로열티를 내는 퀄컴에 자사 그래픽 솔루션을 제공해 로열티를 받는 기업이다. 네오엠텔은 퀄컴 뿐만 아니라 차이나모바일에도 벡터솔루션을 제공, 사업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휴대폰 대기화면을 제어해 각종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적커뮤니케이션플랫폼(DCC)을 개발한 인트로모바일(대표 이창석)도 미국 T모바일USA에 800만달러의 로열티를 받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일본, 이탈리아 등지의 이통사와도 기술제공에 관한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와이더댄·위트콤·소프텔레웨어·인프라밸리·유엔젤 등은 미국 및 동남아 시장에 통화연결음 기술을 제공해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방식으로 매년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거둬들이는 성과를 거둬 주목받고 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