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뜨거운 함성과 불타올랐던 국민 열기가 아직도 생생하건만 벌써 4년이란 시간이 지나 버린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국가대표팀은 많은 변화가 있었고 젊은 피가 대거 포진해 4강 신화를 재창조하기 위해 뜨거운 땀을 흘리고 있다. 과연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는 또 어떤 꿈을 이룰 수 있을까?
EA코리아는 최근 본선 조추첨이 완료되자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회 결과 예상치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헛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아직 발매되지 않은 X박스360용 ‘피파 06 로드 투 월드컵’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본선에 진출한 5개 국가의 데이터가 없어 다른 국가대표팀을 억지로 끼워 넣었던 것이다. 이에 더게임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16강 진출국을 선정해 데이터가 없는 국가를 자연스럽게 제외시킬 수 있었다.
또 정확성을 더하기 위해 최신 국가대표팀 로스터 패치를 실행시켜 사실성을 더욱 높였다. 이 결과 우리나라는 4강 진출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8강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보이며 아시아의 맹주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결국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8강에서 프랑스를 만나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다. 금세기 최고의 스트라이커 앙리와 컴퓨터 미드필더 지단, 득점기계 트레제게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프랑스는 역시 강했다. 최근 조직력이 약화돼 A 매치의 성적은 초라하지만 지단을 중심으로 전의를 다시 다졌고 절정기를 누리고 있는 앙리의 동물적 골감각은 월드컵이란 무대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특출난 스트라이커가 없는 우리나라는 이동국, 박주영, 안정환 등을 골고루 기용해 봤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유럽 선수들에게 너무 익숙한 박지성과 이영표만이 그라운드를 힘차게 누볐을 뿐이었다. 10여 차례 이상 시뮬레이션을 돌려 봤으나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해 충격과 아쉬움을 줬다. 실점도 많이 나와 프랑스와의 실력 차이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시뮬레이션을 하면 할수록 점수 차이가 커져 맥이 빠져 버렸다. ‘피파 06’에 대한민국의 능력치가 후하게 돼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라는 벽은 넘기 힘들었다.
그러나 8강 진출은 지난 대회의 결과가 결코 우연이 아니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오로지 16강 진출만이 염원이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강에 오른 것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쳐야만 마땅하다.
지난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16강에 올라온 국가는 모두 우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 16강 진출국을 보면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밖에 없다. 16강 대진표를 보면 어느 하나 만만한 나라가 없고 우연히 올라왔을 경우도 전혀 상상할 수 없다. 개최국 독일은 스웨덴을 맞아 비교적 수월하게 8강에 진출해 폴란드를 물리치고 올라온 잉글랜드와 맞붙었다. 피구가 버틴 포르투갈은 사비올라를 내세운 아르헨티나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아르헨티나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포르투갈도 뚜렷한 공격수가 없어 수비가 약한 아르헨티나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해 아쉬움을 샀다.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박지성의 동료 반 니스텔 루이의 네덜란드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이탈리아는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를 맞아 힘겨운 싸움 끝에 8강으로 안착했으나 체코를 꺾고 올라온 브라질과 만나는 불운(?)을 당했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를 제끼고 8강에 올라 스페인을 격파한 우리나라와 맞붙었다.
독일과 잉글랜드의 대결은 비록 시뮬레이션이었지만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두 국가는 2차 세계대전의 앙금이 남아 있어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다. 또 지난 대회에서 독일은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올렸고 개최국이라는 이점이 안고 있었지만 잉글랜드는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덜미를 잡히고 만 아픈 기억이 있다. 잉글랜드의 각오는 발락이 이끄는 독일 전차군단을 격파하고 4강까지 진출하게 만들었다. 시뮬레이션에서 독일과 잉글랜드가 용호상박의 전투를 벌였지만 루니, 오웬의 전투력을 당하기에는 다소 힘이 약했다. 가장 많이 나온 결과가 2대 1이며 1대1과 2대2 무승부도 적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4강에서 아르헨티나를 이기고 올라온 네덜란드와 자웅을 겨뤘고 베르캄프가 빠진 네덜란드는 확실히 예전과 달랐다. 반 니스텔 루이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오렌지 군단은 4강에 만족해야만 했다.
한편 이탈리아와 브라질은 각각 8강에서 만나 창과 방패의 대결을 펼쳤고 호나우도와 호나우딩요의 황금 콤비는 게임에서도 환상적이었다.
브라질은 결국 우승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를 이기고 4강에 오른 프랑스는 브라질을 만나 분패했다. 최종 결승전은 잉글랜드와 브라질의 대결로 압축됐고 축구 종가와 삼바 축구의 대결은 삼바의 춤으로 장식됐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