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뜨거운 월드컵과 차가운 FTA

[열린마당]뜨거운 월드컵과 차가운 FTA

월드컵 열기 속에 한편에서는 조용하게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칫 월드컵 열기에 가려 FTA 협상이 국민의 무관심 속에 미국 편의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FTA 협상의 한 가운데는 국내 제약산업의 생존권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FTA의 논의대상이 되는 것은 신약의 특허권 강화와 복제약의 허가심사 강화다. 이는 세계적인 의약품 특허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는 유리한 조건이지만, 복제약 생산 중심의 국내 제약산업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건, 가장 이상적인 제약산업은 효과 좋은 신약을 발굴해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제약업계가 그동안 신약개발보다는 복제약 생산에 치중해온 데는 현실적인 문제가 컸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신약이 상품화되기까지는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30년의 시간이 걸린다. 또 하나의 신약연구에 투자되는 5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 역시 신약개발의 현실적 어려움으로 작용해 왔다. 이 때문에, 산업화가 일찍 시작돼 거대 자본이 형성된 선진국은 제약산업에서도 그 기반을 잘 닦아 더욱 활발한 신약연구에 매진해왔으나, 뒤늦게 제약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국내 제약분야는 선진국의 특허가 만료된 약물 성분을 복제하는 데 급급해 온 것이다.

 이러한 국내 제약산업의 현실은 FTA 협상을 진행하는 데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게다가 FTA가 이상적인 자유무역에 관한 협상이라기보다는 미국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일방적인 요구일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자칫 무리한 협상 결과 우리 국민이 값비싼 비용을 치르며 미국의 특허 약을 사먹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부가 힘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FTA 협상을 진행한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협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제약산업과 국민 건강권을 지켜낼 수 있는 지름길인 셈이다.

 또 제약업계도 분발해야 한다. 활발한 신약 연구로 다양한 치료약을 개발해 많은 환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약을 만드는 것은 앞으로 우리 제약업계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러니 우리 제약업계는 FTA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복제약 생산 중심에서 탈피해 새로운 신약물질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신약개발에 필요한 인프라와 자본확보를 위한 정부의 장기적인 계획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국내 여러 바이오 기업이 신약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세계적인 신약개발 추세가 부작용이 적은 약물 개발인 것에 초점을 맞춰 국내 바이오기업이 다양한 바이오 신약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체에서 찾아낸 단백질 전달체를 이용한 단백질 신약연구와 유전자 치료제, 항체 신약 등의 연구가 업계의 관심을 얻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들 기업에 가시적 연구성과를 기대하기까지는 많은 연구단계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중인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때다.

 이번 FTA 협상에서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병을 앓는 환자와 예비환자인 우리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FTA 협상에서 국민 관심과 응원도 한 축을 이뤄야 할 것이다. 월드컵을 응원하는 뜨거운 열정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 국민이라면 충분히 스스로의 건강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에 보내는 열정과 함께 현실을 보는 냉철한 이성이 조화를 이루는 지혜로운 월드컵기간을 보낸다면, FTA는 우리 제약산업과 국민의 건강주권을 지켜주는 그야말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승규 포휴먼텍 대표 lskearth@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