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SW는 소외산업 아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607/060724014700b.jpg)
과거 우리는 싼 임금과 경영합리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향상시켰지만 지금은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과 고급 엔지니어들이 기업과 국가 브랜드를 키워 가고 있다. 또 개발 제품 중 부가가치가 높은 SW 비중이 커지고 있다. 6·25전쟁 때 사용된 항공기 B29의 SW 비중은 20%였으나 최근 한국공군의 주력기로 채택된 F15K는 80%나 된다고 한다. 이런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SW산업이 1인당 소득 3만∼4만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전략산업임을 말해준다.
그동안 정부의 SW산업 육성 정책과 노력으로 이만큼이라도 성장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SW가 IT산업에 기여하는 부가가치율을 보면 미국의 38.9%에 비해 우리나라는 턱없이 낮은 5.8%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HW에 집중돼 왔음을 알 수 있다. 내가 1983년 창업한 이후 느껴 온 바지만 SW는 ‘소외’산업의 머리글자쯤으로 여겨질 만큼 항상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SW를 지원하는 고급 인력이 해마다 줄고 있고, 관련 컴퓨터공학과를 없애는 대학도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를 느낀다. SW 분야는 항상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 노력에 비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99, 200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컴퓨터공학과의 커트라인이 의과대를 상회할 만큼 선호도가 높았다는 사실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듯싶다.
산업사회 패러다임을 바꾸는 생태계를 만들어 보겠다고 설립된 벤처기업협회는 96년에 코스닥·스톡옵션·기술담보제, 97년에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 등을 통과시켜 기업가 정신이 발현되게 했다. IMF 관리체제 때는 벤처가 희망으로 비칠 만큼 이찬진·안철수 사장과 같은 SW 우상이 탄생했으며, 많은 젊은 기업가의 성공 스토리가 창업과 이공계 선호 현상을 촉발했다.
나는 기업가 정신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SW산업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첫째, 코스닥의 유동성을 높여서 지수를 조정해야 한다. 직접자금 조달이나 투자 회수에 애로가 있는 현재의 상태에서 기업가 정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막에 나무 심기’다. SW 회사들의 순자산 가치보다 낮은 시가총액은 사업 실적 때문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둘째, 혁신적인 기술과 시장 도전에 실패해 신용불량자로 몰락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선 융자가 아닌 투자금융이 확대돼야 한다. 에인절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등 투자유인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형 SI기업은 특화된 전문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난 2004년 우리나라의 SW분야 수출과 내수 규모는 각각 5억1000만달러, 162억달러였다. 경쟁국인 인도는 같은 해 수출액이 172억달러, 내수가 24억달러였다. 우리 SW산업은 내수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대기업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벤처회사들은 국내에서 맷집을 키워서 해외로 나설 수 있는 포스트 글로벌 기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성격이 유사한데도 기관마다 다른 개발 요구가 오히려 전문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표준화된 프로그램 정도의 값으로 전용 프로그램과 소스 소유권까지 요구하는 현실은 SW를 창작물이 아닌 단순 용역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개발자의 의지를 꺾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SW강국을 세우려는 일념으로 불확실한 기술 개발이나 시장 창출에 도전하다가 실패한 건전한 기업가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일이라고 본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 hjcho@b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