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상생 차원에서 협력업체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중소 SW업계에는 ‘대·중소기업 상생’이라는 용어 자체가 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진다. 이는 SW산업계만의 문제는 아닐 듯싶다. 지식산업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부족한 결과로 보인다.
우리나라 SW산업은 소수의 대형 SI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비록 뛰어난 기술과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아닌 중소 SW업체는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중소 SW기업은 직원에게 능력에 걸맞은 충분한 대우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중소 SW업체의 인재 부족현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생산성이 낮아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동시에 대형 SI기업의 비즈니스 기반을 취약하게 하고 결국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린다.
SW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이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적용하는 규칙들을 현실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용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프로젝트 추진과정의 주요 단계에서 세심한 점검을 통해 견적 오차를 줄인다. 최상위 공급자로부터 최종단계 공급자까지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함은 물론이고 정해진 일정 안에 기대한 품질의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한다. 작업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은 비록 대가를 받고 기술을 공급했다 할지라도 적당한 협의에 의해 공급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최종 공급자인 중소 SW업계가 연구개발(R&D) 비용을 최소화해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익과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SW업계가 활기를 되찾기 위한 또 하나의 시급한 해결 과제는 소수의 대형 SW기업이 중소기업의 상품 공급 대가로 산정하는 불공정한 SW가격과 불리한 계약 이행 조건이다. 한국 SW산업협회는 매년 SW기술자 등급별 노임단가를 조정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중소 SW업계에 적용하는 단가는 SW산업협회의 적용률을 언급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해당기관에서는 해마다 물가와 임금인상률을 고려하여 단가를 조정하지만 실제 중소기업의 적용률은 오히려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에 치솟는 임금을 감당할 수 없게 한다. 외형적으로 단가 적용률이 타당하게 보일 경우에는 불공정하고 무리한 조건의 하도급 형태의 계약 이행 요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형 SW기업이 엔지니어의 공급을 상당 부분 협력업체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열악한 산업환경은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전가되고 중소 SW업계의 상황은 고급 인재를 더는 붙잡아 둘 수 없게 만든다.
제조업계에서는 불량률 제로,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첨단 설비를 도입하는 방법을 채택할 수 있겠지만 SW와 같은 지식산업에서는 인재가 처음이자 끝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와 함께 SW업계의 대·중소기업 상생에 앞서서 대기업의 SW 제값받기와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공공기관의 발주형태가 더욱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바뀌어야 한다. SW업계에 종사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먼저 협조해 SW비즈니스 문화를 바꾸어 가고 일반고객이 이러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대기업은 SW공급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주력해 업계의 어려움을 중소 SW업계에 전가하는 관행을 바꾸고 그 문화 혜택이 중소기업에 골고루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SW산업계가 언제쯤 진정한 대·중소기업 상생문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 중소 SW기업가들도 어깨를 펴고 직원들에게 비전과 긍지를 심어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인재를 찾는 목마름에서 해방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희망한다.
◆남수미 한국후테로시스템 대표 smnam@futer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