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이제 단순한 홍보나 시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원천 부품소재 단계까지 철저한 연구개발과 기획을 통해 최적의 제품을 최저의 비용으로 만들지 않으면 나날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철저한 협력과 공동개발은 성공적 시장 진입의 필수 조건이 됐다. 아무리 대기업이라 해도 제품 개발의 모든 단계를 혼자 처리할 수는 없다. 고객사와 부품소재 공급업체의 유기적 협력 없이는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국내 업체들은 해외 부품소재 업체들의 최대 고객이자 은근한 경계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부품소재 분야의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이제 선진국들의 성과를 답습하며 무임승차할 수 없는 위치에 온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도 새로운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부품소재의 개발이 제품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이다.
어렵게 오른 선두의 자리를 지키는 최선의 방책은 대기업과 부품소재 기업들과의 밀접한 협력을 통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선행 제품을 먼저 쏟아내는 것이다. 여기에 대·중소기업 상생의 산업적 의미가 있다. 물론 대금 결제나 공급가 책정, 기술 보호 등의 측면에서 약자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을’ 업체들을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산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사례1)삼성전자와 솔믹스·아이피에스
삼성전자와 주요 반도체 장비재료 업체는 기술 개발 협력을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유수의 장비재료 업체들과 협력, 핵심 장비의 국산화와 차세대 제품의 개발에 적극 나서며 반도체 분야 핵심 기술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세라믹 소재업체 솔믹스의 협력은 핵심 부품소재 분야의 대표적인 상생 사례라 할 수 있다. 솔믹스(대표 이재홍)는 반도체·LCD 공정용 각종 장비에 들어가는 세라믹 기구 및 부품 등을 생산하는 소재 업체. 단순 모재 가공에서 실리콘 원소재에 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종합 소재업체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고순도 실리콘을 이용한 반도체 장비용 부품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었다. 솔믹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부품용 16인치 고순도 실리콘 잉곳 공장을 신축하면서 삼성전자로부터 27억원을 지원받았다. 전체 100억원 투자의 3분의 1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이를 통해 솔믹스는 고부가 제품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면서 30% 정도의 원가 절감 효과 및 안정적 시장 확보라는 효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도 세계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빚고 있는 고순도 실리콘 부품을 기존보다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아이피에스(대표 장호승)도 삼성전자와 손잡고 핵심 전공정 장비의 전략적 국산화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이 회사는 2004년 해외 업체가 독점하던 원자층증착(ALD)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10억원의 자금과 기술을 지원했고 아이피에스는 당초 2년으로 잡혀있던 개발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며 개발에 성공, 1000억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일으켰다.
아이피에스와 삼성전자의 상생은 기술교류를 통한 로드맵 공유와 차세대 공정 공동개발을 통해 신기술 선점 및 원가절감, 세계 수준 경쟁력 확보와 장비 국산화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는 오는 2008년까지 반도체 분야 협력사의 설비투자 및 기술개발 지원 자금으로 1700억원을 책정해 놓고 지속적인 지원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협력업체의 기반 확대와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통한 납기 단축으로 스피드 경영을 실현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사례2)LG화학과 광원
LG화학(대표 김반석)과 중소 부품업체 상원은 LG화학이 개발한 고기능성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온도센서를 공동 개발, 상생협력을 통한 신시장 창출에 성공했다.
LG화학과 협력한 광원(대표 박광호)은 1994년 설립된 중소기업으로 주로 온도센서의 일종인 온도 서미스터를 현대자동차의 내수 및 수출용으로 납품하는 업체다. LG화학은 자동차 에어컨이나 히터 등 공조기의 온도를 감지하는 온도 서미스터의 소재를 광원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서미스터는 에폭시 피막을 사용했는데 에폭시 수지와 PVC 전선의 열팽창 계수의 차이로 크랙이 생겨 누수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광원은 제품 개발 및 시장 확대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방수를 위해 일반 플라스틱 사용도 고려해 보았지만 이럴 경우 온도 감지 시간이 길어져 심각한 성능저하를 초래했다.
박광호 광원 사장은 LG화학이 세계 최초로 열전도성 플라스틱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LG화학을 찾아 열전도성 플라스틱을 공조장치 센서용으로 공동 개발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따라 LG화학과 광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하면서 LG화학의 소재기술을 전수받고 연구개발에 주력했다. 가수분해 및 전선피복과의 접착성을 만족시키면서 온도 감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열전도 소재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당초 생각과 달리 개발은 난항을 거듭했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세 가지 사항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힘들었다. 두 회사는 문헌조사부터 다시 시작했다. LG화학은 문헌조사를 통해 추려진 수지를 기본으로 실험을 하면서 고객과 성능·신뢰성 테스트를 진행했고 광원은 금형수정을 통해 제품을 더욱 쉽게 성형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2년여 동안 5억원를 투입한 끝에 적합한 수지가 탄생하고 관련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열전도 소재 초도 양산 제품 출시가 시작됐다.
이를 통해 광원은 기존 제품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LG화학이 개발한 열전도 소재 플라스틱을 사용한 방수 서미스터를 출시, 불량률을 크게 낮추고 방수 서미스터의 차세대 시장을 선점했다. LG화학도 고수익 제품군을 창출, 대·중소기업 간 성공적인 윈윈 모델을 만들어 냈다.
이 제품 개발로 광원은 2005년 55억원의 매출에서 2006년 70억원, 2008년에는 130억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가전용 서미스터를 개발하고 2008년에는 산업용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사례3)삼성전기와 삼화양행·테코스등
부품업계에서도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이라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삼성전기는 협력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신제품을 개발, 2010년 세계 ‘톱3’의 전자부품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협력회사의 공동연구 공간인 ‘윈윈 플라자’를 열었다.
‘윈윈 플라자’는 삼성전기와 협력회사가 로드맵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삼성전기와 협력회사 모두 성과를 거두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이곳에서 삼성전기는 ‘협력회사의 경쟁력이 곧 삼성전기의 경쟁력’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가격과 품질, 기술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삼성전기는 샘플과 신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공동 과제를 수행할 수 있으며, 협력회사에서는 삼성전기의 기술력을 배움과 동시에 직원들이 6시그마와 같은 경영기법도 체험할 수 있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윈윈 플라자’는 신속한 샘플 개발을 위한 미니연구실과 신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함께 추진하는 베이스캠프로 구성된다.
미니연구실에서는 협력회사 직원이 1년 정도 ‘윈윈 플라자’에서 근무하며, 삼성전기의 연구원들과 함께 단기 샘플 대응 및 제품 특성을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베이스캠프는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장기간 동안(1년 이상) 상주하면서 협업하는 방식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윈윈 플라자’에서는 지난 해 문을 연 이래 136건의 과제를 진행했으며, 이 중 71개 과제를 완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윈윈 플라자’를 통해 협력회사와 삼성전기는 거래금액이 월 84% 가량이 증가하는 한편, 정보공유를 통해 품질이 안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협력회사는 삼성전기의 생산량 정보와 신제품 로드맵을 공유하면서 안정적인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윈윈 플라자’ 이외에도 삼성전기는 지난해부터 5년간 우수 협력사를 대상으로 협력사의 신기술·신공법 국산화를 위한 설비투자 필요 자금에 140억원, 기술·생산성·품질 향상을 위한 컨설팅에 140억원, 협력사 임직원 양성 교육에 20억원 등 총 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