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핵 지진의 우려를 낳고 있는 북핵 실험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영 환경에 ‘악재의 폭탄’이 떨어져 우려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업계는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국제 정세의 향배에 따라 경영 방향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방향이든 단계별 시나리오를 짜놓고 다가올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대기업 경영 환경 악화 우려…긴장 역력=북한 핵 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 등 대기업도 이번 사태가 경영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북한 핵 실험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경영상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번 사태로 외국인 투자 감소, 해외 신인도 하락 등 경영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올해 들어 환율 인상으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추가로 환율이 오르면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외 자금이 유출되고 결국 국내 대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은 “현재로서는 경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태를 주시할 뿐”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부품소재, 투자 위축이 최대 고민=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북한 핵 실험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이에 연결돼 있는 중소 부품업체 역시 북한 핵 실험 소식을 예의주시하면서 악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 LCD총괄 측은 북한 핵 실험은 디스플레이 사업에 장단기적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고객이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의 안정적인 공급체계에 우려감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해외 고객의 구매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염려했다.
대형 화학 및 전자소재 업체도 북핵 사태에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가급적 말을 아끼면서 조심스럽게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무역 환경 변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수출 위주 기업은 혜택을 볼 수도 있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기업들은 사태 장기화로 경기 악화 및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C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인상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사태의 장기화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 비즈니스 기회 상실에 불안=글로벌 컴퓨팅 기업은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 위축을 가장 우려했다.
최기영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는 “정치·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국내 경기 위축은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컴퓨팅 기업에 그만큼 비즈니스 기회를 잃게 하므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호 한국IBM 상무도 “다국적 벤더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내 경기 위축으로 인한 투자 축소”라면서 “투자가 축소되면 그만큼 로컬 비즈니스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만영 한국EMC 상무는 “아직까지는 본사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국내 정치 불안정으로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는 등 국내 경제가 얼어붙으면 IT 자원 구매도 소극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긴장이 더 고조되고 사내 보안 수준이 높은 단계로 올라가면 본사에서 어떤 지침이 내려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전무는 “시큐리티 레벨이 더 올라가면 사내 사무실 운영, 직원 안전 문제 등과 관련해 본사에서 어떤 지침을 내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