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임POSSIBLE]`워3` 영웅없이 승리하기

“차와 포를 떼고 장기를 둔다.” 상대와 많은 실력차가 있을 때 한 수 접어준다는 의미다. 그 만큼 장기에 있어 차와 포는 중요한 요소다. 거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략시뮬레이션에도 이 같은 캐릭터가 존재한다. 특히 전략과 롤플레잉적 요소가 결합돼 있는 ‘워3’에는 더욱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영웅이다. 이번 도전은 이러한 영웅캐릭터를 키우지 않고 배틀넷에서 승리하라는 것이다. ‘워3’를 경험해 본 유저들은 알겠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하지만 결코 황당하기만 한 도전은 아니었다. 이를 도전할 플레이어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프로게이머 노재욱이기 때문이다. 그는 ‘언데드의 미래’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만큼 ‘워3’의 한 종족을 대표하고 있는 스타플레이어다. 어려운 미션이지만 한가닥 희망의 빛줄기가 보였다.그는 미션의 주제를 접하고 황당하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영웅이 없으면 나머지 유닛들은 그야말로 오합지졸인데…. 지휘관을 잃은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하지만 노 선수는 전략 수립을 하는 듯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마침내 배틀넷에 접속했다. 그가 첫번째로 세운 전략은 방어 타워를 짓고 일단 버텨보자는 것. 첫 도전이라 제대로 된 전략보다는 영웅이 없다면 전세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려는 생각이었다.

상대가 로그인 하고 첫 도전이 시작됐다. 그는 방어타워를 잘 배치하며 상대의 공격을 기다렸다. 자신의 주종족을 버린채 오크를 선택한 이유도 방어 타워가 가장 강력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조용히 방어타워 건설이 이뤄졌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상대가 병력을 이끌고 침공해 왔다. 노선수의 진영을 살펴보던 상대는 “나같으면 나가겠다” 라는 겁없는(?) 말을 남겼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영웅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방어타워로 둘러쌓인 노 선수의 진영을 보고 코웃음을 친 것이다. 이 글을 본 노재욱 선수가 고개를 떨구고 패배를 예견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상대는 영웅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한동안 주위를 기웃거리던 영웅이 공격을 개시했다. 노선수는 타워와 기본유닛으로 열심히 방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상대의 파상공세에 밀려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프로게이머 노재욱이 1승 2패의 승률을 가진 상대유저에게 GG를 치는 치욕의 순간이었다.그는 또 다시 전략 세우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 배틀넷에 접속해 상대를 기다렸다. 첫 도전 실패는 방어만을 하다보니 상대를 정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선수의 생각이었다. 또 첫 도전에는 이렇다 할 승리의 비책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두번째 도전이 시작되자 정찰을 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동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실행하려는 것이었다. 그가 두 번째로 세운 계획도 방어타워를 이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어에 머물지 않고 상대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타워를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노선수는 일단 상대 진영 가까이 있는 숲에 나무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나무가 제거되고 공간이 확보되자 방어타워를 짓기 시작했다.

또 여러 방향에서 동시 공격을 하기 위해 다른 길목에도 방어타워를 세웠다. 첫번째 방어타워가 완성되는 시점에 상대가 이를 간파했다. 영웅을 대동하고 방어타워를 공격했다. 영웅은 역시 강했다.

방어타워가 금새 무너져 내렸고 노선수는 다시 본진에서 버티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영웅을 대동하고 나타난 막강한 상대에 이렇다할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한동안 절망하던 노선수는 이 미션이 너무 어렵다며 볼 멘 소리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타워러시 밖에 없는데 이 또한 영웅이 타워를 지켜야 가능한 전략이라는 것이다.마지막 도전에서 그는 원래 종족으로 플레이 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타워러시가 아닌 유닛을 모아 힘싸움을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마지막 주사위가 던져지고 나서 그는 어쩌면 이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립몬스터들은 사냥하기가 쉽지 않아 영웅의 레벨을 올리기 어려운 맵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호재도 있었다. 노 선수의 진영을 본 상대가 영웅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타워러시를 감행한 것. 이 또한 장기전을 생각하고 시작한 노선수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어느 정도 유닛을 모았다고 생각한 노 선수는 상대의 타워러시를 막아냈고 이와 동시에 공중 유닛을 사용해 상대 진영에 공습을 감행했다. 또한 지상을 통해서도 상대진영을 공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영웅을 보유한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상대 진영에 도착해 입성하려는 유닛들은 영웅에게 무참히 학살당했다. 첫 러시에 실패한 뒤 심기일전하며 다시 유닛을 모았다. 이 와중에 상대병력이 다시 한번 공격해 들어왔다.

침착하게 이를 막아낸 노선수는 그 동안 모은 병력으로 마지막 공격을 감행하려는 듯 상대진영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내 회군했다. 마지막 공격이 될 줄 모르기 때문에 확실한 유닛 숫자가 모이기 전까지 참으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최후의 전투를 위해 모든 병력을 총 집결해 상대진영으로 향했다. 이러한 상황에 당황했는지 상대는 우왕좌왕했다. 폭풍처럼 밀려든 노선수의 병력은 상대 진영의 건물을 차례로 부셔나갔다. 영웅도 많은 병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건물이 거의 다 부숴지자 상대는 ‘GOOD’이라는 말을 남기며 패배를 인정했다.

역시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 프로였다. 노선수는 “최고 실력의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하는 실제 경기보다 더욱 어려운 한 판 승부였다”며 “편법을 쓰는 것보다 역시 자신에게 어울리는 정공법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미션 수행의 소감을 말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