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에게 듣는다]길 슈웨드

 인구 700만의 이스라엘. 이 곳에 순익이 매출의 55%인 회사가 있다. 한 해 5억7940만달러(2005년 기준)의 제품을 팔아 순익 3억1970만달러를 거둔다. 세계적인 인터넷 보안 업체 체크포인트소프트웨어테크놀로지다.

1993년 설립된 체크포인트는 기업용 방화벽과 가상사설망(VPN), 인터넷 보안 시장에서 전 세계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0년이 갓 지난 회사임에도 28개국에 69개 지사와 사무소를 두고 포천지 선정 100대 기업 전부를, 500대 기업 중 98%를 고객으로 확보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체크포인트 창업자이자 회장 겸 CEO인 길 슈웨드 회장(38)을 e메일 인터뷰했다.

길 슈웨드 회장은 “남을 능가하고 앞서 나가려는 의지에 중점을 둔 기업 문화를 성공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며 “모든 것이 힘들고 도전적이었지만 항상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태도가 발전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스라엘 IT 업체들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다. 따라서 이스라엘 기업들은 세계 IT 시장으로 눈을 돌려 고객들이 필요로 하고, 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 이스라엘 사회의 몇 가지 특성을 접목시킨다면 기술 기업들을 위한 훌륭한 모판이 된다.

특성들은 이런 것이다. 첫째, 이스라엘 사회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려 있고 학술적 영역과 민간영역뿐 아니라 상업적 환경 내에서 이를 지원해 준다. 둘째, 많은 이스라엘인들은 천성적으로 즉흥적이며 쉽게 적응하고 변화에 창조적으로 반응한다. 셋째, 이스라엘인들은 매우 효율적으로 일하는데 주어진 과제를 최소한의 자원으로 빨리 그리고 쉽게 완수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이스라엘 노동자들의 회사에 대한 대단한 헌신이다. 때때로 내가 ‘이스라엘스러움’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모든 특성들은 이스라엘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체크포인트의 혁신은 무엇이었나.

▲네트워크 분야에서 우리는 ‘보안’을 사업지원자로 생각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체크포인트는 적절한 행동(명령)을 지시하는 해결책을 개발해 알려진 위협과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위협들 모두를 대처하도록 했다. 이는 ‘특정위협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자’는 전통적인 보안 방식과는 대조를 이루는 개념이었다. 체크포인트의 새로운 접근방식은 1993년에 이르러 ‘상태에 따른 인증기술(Stateful Inspection Technology)’을 탄생시켰고, 그 이후로 우리 직원들이 수없이 많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데 기여했다.

- 인터넷 보안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기업의 인터넷 보안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함과 동시에 네트워크가 점차 복잡해짐에 따라 인터넷 보안은 모든 기업의 IT 인프라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됐다. 요즘은 인터넷 접속의 안정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기업이 운영될 수 없다. 따라서 기업의 IT 담당자들은 특정 사안에 대한 제품만을 사용하기보다는 광범위한 보안전략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통합 보안구조는 중앙관리화를 통해 단순히 총소유비용(TCO)만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예방 차원의 실시간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위협에 대한 즉각적인 방어 및 광범위한 해결책를 제공한다. 우리는 지난 수 개월간 점차 많은 수의 고객들이 이 개념을 도입하는 걸 목격했으며 최근 가트너와 기타 산업분석 기업들에 의해서도 채택되고 있다.

- 2007년 세계 인터넷 보안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두 가지 양상을 띨 것이다. 첫째는 최근 수 년간 실행되어 온 많은 단품(Point product)들을 일관성 있고 잘 관리되는 보안구조로 통합하고자 하는 요구이다. 둘째는 보안기술의 범위를 네트워크·인프라 공격방어에서 데이터층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도적이거나 비의도적이든 어떤 행동으로 인한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예로는 이동컴퓨터를 위한 완전한 디스크 암호화를 통해 분실이나 도난시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을 들 수 있다.

- 세계 최대 SW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안 SW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문 보안SW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체크포인트에서는 MS의 보안 시장 진출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또 시스코와의 경쟁은 어떤 전개가 예상되나.

▲수 년간 보안시장은 경쟁이 아주 치열했다. 체크포인트는 자사의 혁신적인 솔루션과 실제고객의 요구사항에 초점을 맞춰온 덕분에 이 기간 동안 선도적인 입지를 유지해왔다. 오늘날 통합 보안구조는 경쟁사와 우리를 확연히 차별화시켜왔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주요 고객들이 체크포인트의 다양한 솔루션들을 도입하는 장기계약에 들어감으로써 우리의 통합 보안구조를 지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수 년간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보안시장에서 MS사의 존재는 아직 주목할 만하지 않다. 그러나 소비재 시장에서 MS의 존재는 보안에 대한 필요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체크포인트와 기타 보안업체들에게 이득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달리, 시스코는 시장에서 더 자주 접하지만 기업들이 네트워킹을 위해서는 시스코를, 보안을 위해서는 체크포인트를 추가함으로써 우리 두 업체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공존은 보안환경이 복잡해짐에 따라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 나스닥에 상장된 지 10년이 지났다.

▲나스닥은 기술기업들에게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증권시장이다. 나스닥 상장은 미국시장 진출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나스닥이나 다른 기관에 상장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 기업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자사 제품의 품질과 이를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사업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으로 가장 먼저 평가받는다.

- 경영 철학은.

▲남을 능가하고 앞서 나가려는 의지에 중점을 둔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남을 뛰어넘기 위해 우리는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제안한 솔루션 패키지들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전념해왔다. 이 과정은 힘들고 도전적이었다. 모든 것에는 항상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또 세계화를 강조했다. 체크포인트는 글로벌팀에 의해 관리되고, 전 세계 다양한 나라의 현지 직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또한 솔루션을 전 세계에 판매하고 통합관리하는 수 천개의 채널 동업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체크포인트의 관리문화의 중요한 면은 모든 관리자가 자신들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사내에서 수많은 관리자들을 육성하고 있다.

- 새해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계획은.

▲체크포인트는 수 년간 한국의 회사들과 사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체크포인트의 채널 동업자가 200개 이상 있으며, 이들은 1000개 이상의 기업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통합관리한다. 체크포인트는 한국에 지사도 뒀다. 지난 해에는 아시아·태평양이 체크포인트가 중점을 두는 지역이었고 한국에서의 사업도 눈에 띠게 성장했다. 새해에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길 슈웨드는...

체크포인트를 세계적인 보안 업체로 만든 길 슈웨드(38)는 10살 때 처음 컴퓨터와 만났다. 유능한 프로그래머이던 그는 군복무 중에 전환기를 맞았다. 군대서도 컴퓨터에 몰두해 이스라엘 방위군이 인정하는 1급 프로그래머가 된 그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보안과 관련해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군사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로부터 접근을 통제했던 경험이 창업을 결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두 명의 창업 동반자들과 함께 93년 체크포인트를 설립했다. 현재 본사가 위치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아파트에서 하루 3ℓ의 콜라로 더위를 식혀가며 기업용 네트워크를 내·외부의 불법 침입으로부터 보호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 체크포인트의 시작이었다.

길 슈웨드는 1994년 첫 제품 ‘파이어월-1’을 개발했는데, 첫선을 보인 곳은 이스라엘이 아닌 미국에서였다. 창업 때부터 글로벌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하에 설립 2년 만인 1996년 나스닥에 기업공개도 했다.

1400여 명의 직원 중 이스라엘 본사와 미국 캘리포니아 본부의 개발자 및 엔지니어는 850여 명 수준으로 이들 인력이 꾸준히 보안 분야에만 집중해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체크포인트는 2006년 3분기까지 4억1500만달러의 매출과 1억9840만달러의 순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