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ODC, 용두사미 안된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가 2007년 돼지해를 맞이해 ‘차별화 경영’ ‘고객가치 극대화’ 등 다양한 경영 화두를 내놓아 시선을 모았다. IT 서비스 업계가 내놓은 경영 화두라는 게 실상은 시기에 따라 단어 표현만 다를 뿐 속내는 ‘생산성을 강화하자’는 이야기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IT 서비스 업계는 이에 따라 컨설팅·SW 개발·시스템 구축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흘러나오고 있는 대형 IT 서비스 업체 중심의 ‘해외개발센터(ODC)’ 설립은 그래서 더욱 시선을 모으고 있다.

 ‘ODC’ 골자는 값비싼 국내 IT 인력이 중국 등 해외 현지 고객을 찾아다니며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서비스 방법론에서 벗어나 저렴한 몸값의 현지 인력을 활용, 저비용·고품질의 IT 서비스를 실시간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자는 게 근본취지다.

 다시 말해 ODC 운영은 생산성을 강화, 글로벌 IT 서비스 업체로 한 단계 발돋움하기 위한 해법일뿐만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IT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응하는 차원인 셈이다.

 하지만 설립을 추진하는 단계부터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IT 서비스 업체의 ODC 프로젝트가 시작하자마자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ODC 프로젝트가 내부 조직 간 첨예한 부서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새티암코리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IT 서비스 업체들이 국내 SM 물량을 해외 ODC에 내보내야 하는 데 담당자가 맡고 있던 업무를 서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ODC 설립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내부 분위기가 IT 서비스 업체의 ODC 설립 붐에 결국은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격이다. 삼성SDS 한 관계자는 “ODC 설립을 위해 외부 기관에서 컨설팅도 받고 ODC 운영 계획도 짜놓았다”면서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IT 서비스 업계가 고객에게 최상의 정보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지원, 고객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IT 서비스 종사자들이 정작 내부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게을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쩐지 수긍하기 어렵다.

안수민기자·솔루션팀@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