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풍성하게 하다

디지털이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풍성하게 하다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감성이 가장 돋보이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분야에도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찰흙(점토)으로 만든 캐릭터를 손으로 하나씩 움직여 만들기 때문에 노동집약적인 측면이 강한 분야다. 그런데 최근 들어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첨단 디지털 기술이 속속 도입되면서 제작 공정이 단순화되고 활용 분야가 다양해 지는 등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컴퓨터로 제작비 절감=과거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필름 카메라로 한 컷씩 찍은 후 인화한 사진을 모아 편집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중간에 컷을 확인할 수 없으니 직감에 의존해야 하고, 결함이 발견되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2001년 이후 디지털 카메라가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쓰이면서 컷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제작 시간이 단축됐다. 작업 즉시 컴퓨터로 전송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간단한 실수는 편집 도구로 수정·보완이 가능해 졌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여전히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하지만 제작자들은 “디지털 장비의 보급으로 제작 과정이 수월해지고, 인력 활용도가 높아져 기회비용이 절감됐다”고 입을 모은다.

 ◇3D와 결합, 효율성 다양성 창조=홍석화 에이치컬쳐테크놀로지 대표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중량이 있는 피사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을 받는 것이 한계”라며 “3D 등 디지털화로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빙을 하거나 하늘을 나는 등 역동적인 장면을 표현하려면 모션 콘트롤 카메라와 같은 고가의 장비를 갖춰야 하느 것은 물론이고 지지대를 뒷배경과 일치하게 만드는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클레이로 제작한 피사체나 캐릭터를 컴퓨터에 저장한 후 3D 공정을 적용하면 충분히 다이내믹한 장면을 묘사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미묘한 표정 변화, 군중 장면, 안개 등 특수효과를 연출이 가능해져 표현 범위가 넓어진다.

 클레이로 제작한 캐릭터를 디지털로 저장, 플래시로 제작하면 인터넷, DMB, IPTV 등 발달된 매체 환경에서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게임 제작도 가능하다. 이미 영화 ‘인어공주’의 홈페이지 클레이로 만든 캐릭터를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시도를 해 게임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였다.

 현재 에이치컬쳐테크놀로지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디지털과 접목해 아바타 제작 등 다양한 활용 범위를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아날로그 감성 전달 수단=대다수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디지털 작업환경이 제작 공정상 편리함을 주지만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다.

 국내 최초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기록된 강태웅 감독의 ‘흥부와 놀부’가 40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독특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인형 관절·마디를 하나하나 움직여서 만드는 동작의 섬세함과 독특함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제작자들은 “디지털 환경이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인 아날로그적 감성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