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3G 전국망 구축시기를 3월로 전격 앞당긴다.
속도조절론, 신중론을 표방해왔던 SK텔레콤의 이 같은 방침은 더는 KTF의 3G 독주 흐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당초 재판매와 결합판매로 초기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었던 KT와 KTF도 공세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여 통신시장은 3월부터 3G 대회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해외에서 날아든 깜짝 발표=SK텔레콤의 3G 전국망 조기구축 소식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날아들었다. 3GSM 월드 콩그레스 전시회에 참가 중인 이방형 SK텔레콤 부사장은 12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갖고 3G 서비스 조기활성화를 위해 전국망 구축을 당초 5월 말에서 두 달 앞당겨 3월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부에서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이날 발표는 사뭇 전격적이었다. 이 부사장은 “3월 말까지 기존 2G 서비스 도달범위와 동등한 수준의 HSDPA 전국망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18만명에 이르는 기존 3G 가입자에게 더욱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규 가입자에게도 향상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SDPA 전용 단말 출시도 앞당기기로 했다. SK텔레콤은 3월 무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하는 ‘T로그인’을 싱글밴드싱글모드(SBSM) 타입으로 먼저 출시한다. 음성통화가 지원되는 3G SBSM 단말은 5월을 시작으로 올해 총 20여종의 HSDPA 전용폰 출시 계획이다.
◇KTF 공세 더는 참지 않겠다=SK텔레콤의 조기 구축 방침에는 3G 시장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2G와 3G 네트워크 경제성을 고려해 적정한 속도로 가겠다던 기존 방침과 달라졌다. KTF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3G 시장에서 선수를 빼앗길 수 없다는 판단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KTF가 전국망 1위 사업자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과장된 선전공세를 퍼붓는다”며 “전국망의 실체를 보여줄 계획이며 앞으로 기싸움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망 서비스 일정을 앞당겨 3G 가입자 유치경쟁을 본격화하겠다는 것. KTF에 2∼3개월의 시간을 벌어줘 SK텔레콤 가입자를 겨냥한 무혈입성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3G 품질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KT와 KTF는 SK텔레콤이 뒤늦게서야 3G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고 진의 파악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
◇3G 3월 대회전 예고=당초 5월 말까지 KTF의 독주가 예상됐던 3G 시장은 SK텔레콤의 가세로 3월부터 전운에 휩싸이게 됐다. KTF가 일정상으로는 1개월가량 이르지만 SK텔레콤도 통화품질이 확보되면 전용 단말 출시시기를 앞당긴다는 방침을 세워 사실상 시차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KTF는 이미 3월까지 4종류의 HSDPA 단말을 내놓고 상반기에 10종가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180만 가입자 목표도 일찌감치 세워놓았다. 수익성 개선은 잠시 미뤄놓았다. SK텔레콤은 아직까지 적정 마케팅 비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것을 볼 때 상황에 따른 적극적인 대응이 점쳐진다. 가입자 목표도 KTF보다는 많은 200만명으로 예상됐다. 단말기 전략, 보조금 정책에다 KT·KTF가 추진 중인 3G 재판매 사안까지 겹쳐 3G 경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으로 치닫게 됐다.
조인혜·김태훈기자@전자신문, ihcho·taehun@
◆김신배 사장 "경쟁보다도 소비자를 위해서"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3G 전국망 구축 시점을 앞당긴 것에 대해 “KTF와의 경쟁만을 위한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더욱 빨리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장은 바로셀로나에 가 있는 본지 기자와의 영상통화를 통해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경쟁을 환영하지만 그 초점이 서비스나 해외사업에 맞춰졌으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신배 사장은 3G 전략의 핵심으로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와 모바일 금융을 손꼽았다. 그는 “소비자들이 영상통화에 익숙하지 않지만 UCC와 같이 동영상이 활성화하면 잘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며 “USIM 등을 통한 모바일 금융은 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