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임실군 임실초등학교 교실에는 10년 전 설치된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은 32인치 브라운관TV가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있다. 아날로그TV라 PC와 연결을 위한 엔코더가 설치됐고, 뒷면에는 너저분하고 복잡하게 전선이 엮여 있다. 백화현상으로 화질은 더욱 안 좋다. 이 학교 이종희 교감은 “화면 자체가 흐리다 보니, 수업할 때 뒷자리 학생들은 안 보인다고 하는 등 수업에 차질이 있다”고 말했다.
교실 내 TV 상황은 최근에 50인치 이상 대형 기기를 구입한 학교를 제외하고는 상황이 모두 열악하다. 서울 M초등학교의 경우 아직도 29인치 TV로 수업을 하는 실정이며, 40인치 이상의 프로젝션TV를 갖춘 학교들도 설치한 지 대부분 5년이 넘어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라운관TV와 구형 프로젝션TV의 경우 창 측 커튼으로 빛을 차단하지 않으면 측면 시청이 불가능할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몇몇 교실을 제외하면 만화 비디오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TV다보니 보여주기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선생님 읽어주세요라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교사들은 수업도 수업이지만 학생들의 건강을 더 걱정한다. 안성원 서울 신우초등학교 교사는 “화면이 흐리니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시력이 나빠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부 교사들이 TV를 음악 수업이나 영어회화용 ‘청각기기’로만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화면도 열악하지만 잦은 고장으로 중간에 TV가 꺼지기도 하는 등 수업을 방해한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TV 문제로 수업이 단절된 경우가 무려 20%에 달했으며, 40% 정도는 불편한 상황에서도 강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지원 서울 왕북초등학교 교사는 “PC 등의 기기 교체도 중요하지만 수업 시간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TV의 화질 및 대형화 등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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