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동산 정리 `매듭`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삼성전자가 올 들어 매각한 주요 부동산 현황

삼성전자가 지난해 3000억원 안팎의 토지·건물 등을 매각한데 이어 올 들어 지난 1분기에도 700억원이상의 부동산을 정리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신도시 개발 등의 영향으로 지역 상권이 크게 변하면서 지난 2005년이후 전사 차원에서 업무용 빌딩 소재지 조정 및 자산효율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데 따른 조치다. 삼성전자는 다만 부동산 매각작업이 올해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밝혀, 외부의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요지의 업무용 빌딩 대거 매각=삼성전자는 최근 2년여간 전사 단위, 나아가 그룹 차원에서 보유 부동산 효율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이에 따라 작년에 서울 양평동 사옥, 양재 사옥, 인천 사옥, 부천 사옥 등 총 7개 빌딩을 매각했고, 토지와 일부 기계·설비를 합쳐 총 3000억원 안팎의 유형자산을 처분했다. 올해 들어서도 서울 강남권의 요충지에 들어섰던 대치사옥을 팔아 임차로 전환했고, 분당사옥·대전둔산사옥·서울능동사옥 등 지역별 핵심 거점에 있는 알짜배기 건물들을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른바 금싸라기 땅으로 알려진 곳들인 만큼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건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특히 이들 건물의 경우 ‘패키지’ 형식으로 팔았기 때문에 개별 금액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권 조정 및 자산효율화가 목적=이처럼 삼성전자가 근래 보유 부동산을 대거 팔아치운데는 상권조정 및 자산 운용의 효율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삼성전자가 지난 수십년간 곳곳의 요지에 업무용 빌딩과 토지를 갖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신도시 개발이 확대되면서 전국의 상권 지형도도 크게 변한 상황. 따라서 최근까지 매각한 건물들의 경우 전통적인 옛 상권에 속해 있으면서 주요 거점의 역할도 잃어버렸고, 건물 또한 노후돼 관리비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올해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가운데 부동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삼성전자가 현재 태평로 본사를 이전, 내년 봄 입주할 예정인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은 최근 부동산 정리작업의 결정적인 변수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서초동 삼성타운은 연면적 11만7977평 규모의 3개 빌딩으로,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삼성전자의 C빌딩은 웬만한 서울·수도권 소재 사무실을 대부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사와 국내 영업 소속 직원들 모두 서초타운으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최근 매각한 업무용 빌딩 상당수가 국내 영업 조직이 이용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행보에 시선=삼성전자가 올해 더이상의 부동산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하지만 주변에서는 눈길을 떼지 못한다. 삼성하면 부동산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귀재’로 통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의 변동기마다 한발 앞서 움직이며 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던 그 노하우 덕분이다. 이는 곧 삼성전자가 부동산 거래에 대해 극히 부담스러워 하며,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세를 움직일 만큼은 아니더라도 삼성전자가 구사하는 부동산 포트폴리오 전략은 적어도 국내 상권의 지형도에는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관심을 드러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