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소장 A교수.
대학 연구소장인 A교수는 “내 역량의 80%는 사업확보나 기업 자금 유치 등에 쓰고, 나머지 20%만 강의와 연구에 할애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일과도 학교에서보다는 기업·기관 방문 등에 더 많이 보내고 있다. 그는 “어떤 대학이든 이공계 교수 30%는 나와 비슷할 것”이라며 “강의에 주력하는 교수에 비해 명성도 얻고 학교 지명도도 높인다는 칭찬도 받지만, 연구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2. 기계공학부 B교수.
또 다른 대학 기계공학부 B교수는 산학협력을 위해 기업체 임직원을 만나는 것은 물론 벤처캐피털리스트와도 접촉한다. 하루 2, 3개꼴로 대외 미팅을 하고 있다. 그는 “평일에는 별도의 시간을 내기 힘들어 학생들의 팀단위 과제물은 주로 토요일 저녁 시간에 점검한다”며 “기관의 연구진과는 물론 주요 기업체 임원이나 정부 관계자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기업이나 민간연구소처럼 성과 위주의 연구개발사업을 확대하면서, 지명도 높은 교수들을 앞세워 정부 연구개발 예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성과 중심의 대학 운영체제는 학내에 우수 연구 성과물이 많아지고 이른바 ‘스타’ 교수들을 배출하는 효과도 있지만 기초원천 분야에 대한 연구 소흘 등 적잖은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연구개발비가 일부 유명 교수들에 쏠리는 데다, 이들 스타 교수가 중심이 된 공동연구시스템이 굳어지면서 기초연구나 개인의 창의성에 의존해야 할 연구 비중은 크게 낮아지고 있다”며 “대학 연구처장협의회 등을 통해 젊은 교수를 널리 활용하고, 공동연구가 아닌 개별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과제 선정 시 정부가 매칭펀드를 요구하는 것도 교수들의 대외 활동이 많아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국책과제에서는 정부 지원 외에 사업주체인 교수에게 민간 자금 매칭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과제 참여자에 대한 일종의 검증절차로 활용되는 이같은 제도 때문에 교수들은 기업체에 자금유치를 영업활동(?)을 나서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B교수는 “매칭펀드 기반의 연구는 책임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면서도 “기업체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기초 원천분야에서는 매칭 자금을 못구해 연구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부처마다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기초원천 연구에 집중해 온 과학기술부와 교육 자체 기능에 무게를 두는 교육인적자원부는 매칭펀드 축소·개별연구 비중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상용화·산업기술을 중심으로 정책을 펴는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는 정반대 입장이다. 이들 부처는 최근까지도 대학 연구비 지원체계(매칭펀드·개별연구 비중)에 대해 수차례 협의를 가졌지만 이렇다 할 합의점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목 과기부 기초연구국장은 “정부가 교수를 통해 요구하는 매칭자금이 기업체들에게는 준 조세처럼 인식되고 있는 데다, 교수의 연구역량이 연구 이외 부분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며 “최근 과기부가 관리하는 3개 기초연구분야에서는 매칭펀드 요구조항을 전면 삭제했고, 신진연구자에 대한 지원비중도 현 25%대에서 50%대로 상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산자부 관계자는 “매칭펀드를 통해 대학의 연구개발 자금이 늘고, 산학 연구성과물도 급증하는 추세”라며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학협력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