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나를 가다]2부 치솟는 용, 중국⑩팍스시니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한·중 IT 품목별 기술경쟁력 격차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슈퍼파워 중국을 보라.’ 중국은 지난 1978년 등소평의 시장개방 정책 이래 매년 평균 8∼9%의 경제성장을 지속해 왔다. 어느 새 중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첨단 제품을 쏟아낸다. 2001년 WTO 가입으로 개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중국 가전의 대표주자 하이얼의 광고간판을 볼 수 있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캠덴시에는 하이얼로가 있을 정도다. ‘화웨이’는 전세계 IT인들에게 통신장비의 대명사로 통한다. 중국이란 용은 스스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연구개발(R&D)센터로 변신하며 치솟아 오르고 있다. 내년 개최될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은 첨단기술의 슈퍼파워임을 과시하며 전 세계를 두렵게 할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한국의 간판상품인 IT 핵심기술 506개 분야의 한·중 기술격차를 비교한 결과 평균 1.7년에 불과했다. 중국은 조용히 한국의 등뒤에 와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를 넘어서 뒤로 밀릴지도 모르는 시나리오까지 생각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 한국의 등뒤까지 추격=중국은 이미 홍콩이나 마카오와 긴밀한 경제 협조체제를 갖고 있는데다 싱가포르·대만과 함께 대규모 중화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 완성된 베이징대·칭화대 중심의 IT단지와 벤처, 베이징과 함께 상하이-우시-수저우-난징과 서안까지 이어지는 첨단 반도체 IT 교육벨트, 홍콩-선전-광저우를 연결하는 남부 전자벨트 등은 중국의 성장축을 확인시켜 주었다.

 13억명의 인구에 전 세계 총생산량의 5%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가진 중국은 그 무서운 성장세와 잠재력만으로도 초강대국 미국을 위압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면서 전세계 GDP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은 중국과 경제회담을 정례화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미국이 최근 중국을 못잡아 먹어 안달이 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위안화 절상요구와 지재권(IP) 보호 요구 등은 자국의 경제문제를 중국의 탓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속셈이라는 것. 지재권(IP)을 요구하는 공세가 거세지면 1조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한 중국은 미국의 항공기 대량 수입 등으로 유연하게 화답한다. 어느 새 중국은 세계의 용이 돼 있다.

 반면 이웃에 있는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의 대중교역은 심상치 않다. 한·중 기술은 평준화로 치닫고 있고 자칫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를 넘어서 뒤로 밀릴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산자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 1분기 중 대중 무역발표에 따르면 한·중 경제교류 15년 만에 올해 무역액은 25배 증가했다. 92년 27억달러였던 무역액은 지난해 695억달러에 이르렀고 무역흑자도 200억달러 대에 이르렀다. 대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3%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1분기 대중 무역흑자가 줄어들고 한중 교역 15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무역흑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우려스런 현실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 LG전자 중국법인의 최고경영자의 입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제품만 갖고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날로 치솟는 임금에 중국의 저임금 메리트도 사라진 지 오래다.

 수출입은행은 27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598개 업체에 대해 2005년 결산보고서를 분석 결과 전체기업의 51.8%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뿐 아니다. 대기업의 적자비율이 46.7%에 이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중국의 임금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선전 현지공장의 경우 2년새 월 700위안이었던 급여가 1300위안으로 급상승하면서 한국 일본기업들의 리턴이 이뤄지고 있다. 선전으로 대표되는 중국 동부 공업단지의 근로자 임금은 태국 방콕이나 인도네시아 바탐보다 3∼4배 높은 실정이다.

 중국이 저임금에 의존하는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상실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대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 플렉스트로닉스가 프린터 공장부지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필리핀에 1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조립공장을 건설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베트남에 휴대폰 생산기지를 옮기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것등은 이를 잘 방증해 준다.

 중국 전문가인 박정식 JKT 회장은 “이제 중국과 협력하지 않으면 한국은 어렵다. 삼성·LG같은 대기업도 계열사간 거래 없이는 중국에서 힘드는 것으로 안다. 독자 진출이 어렵다면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남영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을 중심축으로 한 차이나쇼크에 대해 △정보화를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 △동북아 협력에 적극 나서는 대응노력 △연구개발 (R&D) 투자만이 길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강소기업·홍콩의 R&D =중국의 무서운 힘은 가격경쟁력에 더해 기술력까지 갖추기 시작한 강소기업에서 찾을 수 있다.

 대만의 EMS업체 야신전자의 배상열 전자부품부문 사장은 중국 제조업의 무서움을 이렇게 지적한다. “휴대폰을 예로 들자면 바타입 금형을 하는데 한국은 8만달러가 드는데 비해 대만은 5만달러, 중국은 4만달러”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한국 업체가 중국에 들어와도 4만달러에 맞출 수 없다. 그는 “한국 업체가 한국에 본사가 있는데 중국 본사 기업과 같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한계를 말했다.

 LCD 부품을 만드는 중국 토종기업인 이동전자그룹의 덩 위첸 회장도 “원가 절감을 할때 대륙 본토 회사가 더 잘 할 수 있다. 한국 회사는 본사는 그쪽이고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라 원가 절감이 어렵다”고 말했다.

 동운의 명경운 지사장은 중국 중소·중견 휴대폰 제조업체를 지금처럼 키워놓은 게 우리 자신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00년초 중국에선 한국 CDMA 인력이라면 얼마든지 데리고 갔다. 2003년엔 GSM이 그렇다. 이제 그들에겐 테크페이스와 같이 순수개발인력만 2500명이나 갖춘 휴대폰 개발 전문업체까지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자생적으로 커진 ‘강소 토종기업’들도 무서운 속도로 세계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 지원도 없이 커 온 대표적 사례가 선전SI반도체.

 선전SI반도체의 쉰페이쥐 사장은 “중국 기업들은 80년대부터 트랜지스터 산업에 진입해 있었으며 이제 절전기능 트랜지스터분야에선 우리가 중국 시장의 48%를 점유한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이 전세계 절전등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선전SI반도체가 세계 절전기능 트랜지스터 시장 1위인 셈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0%의 고속 성장을 했다. 그는 “우리는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를 지속하며 기술·관리·시장 혁신을 계속한다”고 강조했다.

 쉰페이쥐 사장은 정부의 지원을 묻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해주는 것은 없다. 스스로 가는것 아닌가”라며 “만약 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고 선진기술인 300mm를 가지고 오겠다면 중국 정부는 그들을 지원해 줄 것이다”라며 웃는다.

 LCD 부품을 만드는 이동전자그룹도 마찬가지. 덩 위첸 이동전자그룹 회장은 “마케팅이 아니라 기술이 중요하며 우리는 점차 높아지는 전자 세트업체들의 기술적 요구를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대기업 반열에 들어선 화웨이의 로스 간 이사는 “우리 직원 6만2000명 중 연구개발(R&D) 인력은 45%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선전과 광저우의 현지인들은 임가공을 목적으로 진출한 1세대 한국 중소·중견업체는 실패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 현지인은 “물론 조그맣게 개인 사업 정도로 성공한 사례는 있지만 기업 수준에서의 성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덩 위첸 회장은 외국 기업에 대해 뼈아픈 고언을 한다.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없이 외국 기업이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중국의 또 다른 강점은 홍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R&D허브다.

 중국은 또한 베이징 상하이 외에 홍콩을 축으로 한 새로운 R&D기지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완충지대로서의 홍콩의 부상도 무섭다. 청슈롱 홍콩과학원 부원장은 기술인큐베이팅센터역할을 하는 홍콩과학원에 대해 “5년전 홍콩정부가 15억 미국달러를 지원해만들었으며 지금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소개한다. 청슈롱 부원장은 “158개 회사와 4000명의 기술자가 이곳에 와서 전자·통신·바이오 등에 대해 연구·개발 중이며 이중 40%는 해외 업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무역기지 홍콩을 아시아의 금융·무역 허브에 더해 중국이란 거대 소비시장으로 들어가는 게이트웨이 역할로 설정해 놓고 있는 셈이다. 일례로 중국과 세계를 잇는 ‘지적재산권(IP) 중계자’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이재구팀장@전자신문, jklee@, 김익종기자, 성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