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 프로젝트인 전자여권(e 패스포트) 제조·발급 사업 발주가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자 여권 사업은 국내 산업 활성화 의미도 있지만 자국민이 출·입국 시 사용하는 만큼 ‘국가 대 국가’ 성격을 띤 프로젝트이기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전자여권을 도입하게 되면 미국의 비자면제국에 가입되는 등 36개국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의미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전자여권 사업이 공고 전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정부 기관은 물론 기업·학계 등의 의견을 배제한 채 전자여권 사업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여권 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및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전자여권 제조·발급은 한국조폐공사가 맡습니다.”
지난해 7월께 외교통상부 전자여권사업추진단 한 관계자는 기업·정부 출연 기관·학계 등 IC카드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당시 참석자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이미 전자여권 사업 관련 최대 수혜자로 한국조폐공사가 낙점된 채 전자 여권 사업 밑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전자여권사업추진단 관계자는 “전자여권 제조 및 발급은 조폐공사 외에 이를 수행할 만한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IC 카드 한 전문가는 “한국조폐공사가 비록 여권 발급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자여권 발급 능력은 또 다른 사안이어서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며 “외교부는 공개경쟁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자를 정했다”고 지적했다.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을 전제로 전자여권 사업을 추진중인 외교통상부가 이처럼 일방 통행식으로 업무를 진행,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전자여권 국가표준(KS)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외교부는 기술표준원과 마찰을 벌였다. 외교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표준을 그대로 도입하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기술표준원은 한국 특성을 감안한 국가표준(KS)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ICAO가 국적·성명 표기 관련 표준 제정은 국가 별로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가 이를 간과한 채 ICAO 전면 도입을 주장한 것이다.
기술표준원 한 관계자는 “이달 말께 전자여권 국가표준(KS)을 고시할 계획이지만 당시 외교부가 ‘KS 규격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을 때 답답한 심정이었다”며 “전자여권 실체를 잘 모르는 외교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도 “실무 기관인 출입국관리소와도 전자여권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의견을 나누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전자여권사업추진단은 학계 IC카드 전문가와 기술표준원이 전자여권의 국가간 상호 호환성 확보 차원에서 제안한 11월 ICAO의 ‘국제상호시험인증’ 행사 유치안도 ‘불필요하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 행사는 전자여권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중인 국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 국의 전자여권과 전자여권단말기가 IC칩 내 정보를 서로 주고 받는냐를 검증하는 자리이다. 특히 여러 국가가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전자 여권 상호 호환성을 검증하기 위해 기업들이 굳이 해외 나가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No)’한 것이다.
외교부 전자여권사업추진단은 주변의 이러한 조언들은 귀담아 듣지 않으면서 “우리나라가 발급한 전자여권의 상호 호환성을 검증하기 위해 해외 몇 곳에서 상호 호환성 시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혀 산·학·연은 외교통상부의 사업 추진 전략에 우려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