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제복 안나쉘 사장

 “소형 가전시장에서 필립스 같은 대형 외산 브랜드를 대체할 국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필립스 등 외산 브랜드와 국내 중소업체, 중국산 초저가 제품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이·미용 가전시장에서 이제 막 돌을 넘긴 신생업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름도 생소한 ‘안나쉘’이 그 주인공이다.

 헤어드라이어·고데 등 개당 1만∼5만원대의 소형 가전 판매만으로 이달 월 매출 3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매출은 70억원을 바라본다. 수익률도 15%에 가깝다.

 신생 중소기업으로서는 두드러진 외형 성장 외에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100% 순수 토종 한국산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뚝심이다.

 이제복 사장(43)은 “브랜드력이나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브랜드로 성공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출발했다”며 “그래서 다른 회사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 저가 제품을 수입해 팔기 급급할 때 안나쉘은 국산 기술과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고데는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진다. 핑크색·일러스트 등 과감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LCD창 등 고급 기능을 갖췄다.

 이 사장의 이같은 정면 돌파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가격은 중소기업 저가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4만∼5만원대로 고가이지만 LG전자 전속대리점 등 대형 유통망에서 먼저 러브콜이 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는 “절대 강자가 없었던 고데 시장에서는 선두권에 확실히 진입했다”며 “헤어드라이어도 올해만 15개 모델을 출시해 1위인 유닉스전자를 바짝 추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사장의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남성용 이·미용 가전 전문업체인 조아스전자 부사장과 안경 전문업체인 ‘서전’ 등에서 마케팅, 영업, 기획 등을 두루 거친 이력도 한 몫했다. 맨땅에서 시작했지만 서전에서 쌓은 마케팅 노하우와 조아스전자에서 배운 이·미용업계의 실무 경험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이 사장은 “조아스전자에서 7년간 영업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글로벌 가전시장에서 다국적 메이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국산 브랜드 발굴에 대해 늘 고민했다”며 “이제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이미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시화 단계에 이르렀다. 그는 “미국에 고데 샘플을 보내놓은 상태이며 중국 유통망도 개척에 나섰다”며 안나쉘 브랜드가 전 세계에 알려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요즘 이 사장은 내년 선보일 신규 남성용 이·미용 가전 브랜드 ‘린츠’ 오픈을 앞두고 회사 설립 이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조 환경이 아무리 척박해진다고 해도 중국산 고데는 절대 팔지 않겠다”며 “앞으로 10년간은 영업사원의 자세로 직접 시장에서 발로 뛰겠다”는 이 사장의 고집이 남성용 이·미용 시장에서도 빛을 발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커진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사진=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