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시장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통망법)’ 발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지난달 27일 시행한지 보름만에 텔레마케팅(TM) 활동이 위축돼 직격탄을 맞았으며 최근 경찰청의 통신업체 고객정보 무단사용 수사발표까지 겹쳐 거의 영업에 손을 놓은 상태다. 업계는 대안을 찾기위해 부심하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어 고민이 가중됐다. 6월 8일자 본지 6면 참조.
◇ 영업 할 엄두도 못내=“거의 반토막 났습니다.” 초고속 영업을 맡고 있는 통신업계 임원의 말이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 새 정통망법은 개인정보를 획득하는 동의절차를 더욱 엄격하게 해 TM 위축이 예상됐었지만 생각보다 파장이 더 컸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또다른 업체의 임원도 “정통망법 시행에다 여름 비수기라는 계절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가입자 모집이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초고속 시장 순증을 아예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유통 협력사들은 아예 숨죽이고 있다. 법 강화는 물론 일반인들도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잘못 TM을 했다가는 벌금 등 큰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점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TM하기도 힘들지만 전화에 응대해주는 고객 자체가 드물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문을 닫아야할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징후는 이미 5월말부터 나타나=지난 5월부터 초고속 시장은 정통망법 사정권에 이미 들어있었다. 4월까지 8만∼10만명의 순증을 기록하다가 5∼6월 순증이 6만명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일찌감치 법개정 예고가 되면서 사용자들의 학습효과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20만명으로 질주하던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는 8월초 현재 50만명 수준에 그쳤다. 1분기까지만해도 성장세가 무서웠으나 2분기 후반부터 약간 주춤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정통망법 시행도 중요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100만명 돌파를 목표로 했다가 최근 80만∼90만명으로 하향조정한 것도 부실가입자 정리도 있지만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 뾰족안 대안없어 더욱 고민=문제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 TM을 대체할 다른 영업수단을 강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정기간동안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선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실 정통망법은 99년부터 시행됐으며 해가 갈수록 조금씩 강화돼왔다”며 “TM이라는 상거래 관행이 정착된 이후 영업 형태가 이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KT나 하나로텔레콤은 위기의식을 느끼면서도 최근 경찰청 수사발표와 맞물려 오히려 엄격한 고객정보 보호와 유통구조 혁신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가입자 기반이 가장 열세인 LG파워콤은 최근 헬로키티 매장, GS25 등과 제휴해 일반 유통망으로 가입 점접을 확대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