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게임 맨헌트2 온오프라인으로 급속 유포

 표현의 자유에 너그러운 미국·유럽지역에서조차 잔혹성을 이유로 판매 금지된 게임 ‘맨헌트2’가 국내에서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맨헌트2는 잔혹한 살인 장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무삭제 해킹 게임물로 특히 게임동호회 블로그를 이용해 급속히 확산 중이다. 영국 게임등급물 심의기구인 영국필름등급위원회(BBFC)가 지난 7월 설립 24년 만에 처음으로 이 게임의 판매 금지를 결정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어서 게임물의 확산을 막지 못하면 주 사용층인 청소년 정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록스타게임즈가 만든 플레이스테이션(PS)2 및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용 게임 ‘맨헌트2’가 지난달부터 인터넷 또는 전자상가를 거쳐 무차별적으로 급속히 불법 유통·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살인 게임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속수무책이다. 단속감시기구인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행정명령권한을 갖지 못하면서 제재를 할 수 없어 잔혹게임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유해 게임이 게임위의 감시망에 포착되면 유포방지를 위해 IP 차단이나 검색어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게임주무부처인 문화부에 통신 업체나 포털 업체에 행정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뉴스의 눈>

 맨헌트2 게임은 주인공이 정신병원을 탈출해 복수를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내용이다. 줄거리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살인 장면이 너무나도 잔인해 전 세계적으로 ‘지나치게 상업적’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이미 영국 정부가 판매 금지 조치를 취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판매상이 자발적으로 판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정도다. 미국에서는 개발 업체가 맨헌트2의 잔혹한 살인 장면을 잘 안 보이게 처리해 성인등급을 받았지만 이를 복원해 주는 해킹 소프트웨어가 나오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이에 따라 지난주 유명 할인점 ‘타깃’이 자발적으로 맨헌트2를 유통 판매대에서 철수시켰고 학부모 단체가 이 게임의 판매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에서 인터넷 게임 동호회나 블로그 등을 거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초기에는 미국에서 판매된 수정판이 퍼졌는데 최근에는 해킹된 무삭제판이 주류다. 특히 R모 유명 게임 사이트에서는 맨헌트2가 인기를 끌자 전용 게시판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살인 게임 맨헌트2가 이처럼 급속히 확산되는 이면에는 게임 관련 제도의 허점과 그에 따른 관련 기관의 업무 공백이 한몫하고 있다. 과거 유해 게임의 감시와 제재 조치는 정통부 산하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담당했지만 작년 10월 30일 문화관광부 산하 게임위로 넘어왔다. 문제는 게임위에 불법 유해 게임의 감시 업무가 넘어왔지만 행정명령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유해 게임이 게임위의 감시망에 포착되면 이의 유포를 막기 위해 IP 차단이나 검색어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게임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부에 통신 업체나 포털 업체에 행정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어 유해 게임 방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문화부 장관이 정보통신사업자에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는 개정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산업진흥법)’에 있다. 현재 이 법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22일로 예정된 본 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맨헌트2같은 유해 게임의 유포는 당분간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창준 게임위 정책지원팀장은 “맨헌트2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지금은 유해 게임을 감시하는 것만 가능하고 이를 막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본격적으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