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벼룩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재현됐다.
현지 네티즌들의 생활 필수 도구가 된 커뮤니티 사이트 ‘크레이그스 리스트(www.craigslist.org)’가 세계 최대 경매 사이트업체이자 주주중 하나인 e베이로부터 내부자 거래 정보유출로 최근 피소된 것. 그동안 동반자의 길을 걸어왔던 두 회사가 등을 돌린게 된 데는 입소문을 타고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퍼져 나간 크레이그스 리스트의 고속성장세가 화근이 됐다.
◇동네 게시판이 글로벌 커뮤니티로 부상= 크레이그스 리스트는 1995년 설립자인 크레이그 뉴마크가 e메일을 통해 동료들에게 각종 지역 생활 정보를 게시판 형태로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임차 형태로 주거지를 옮겨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값비싼 중개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해 주택 정보를 공유, 직거래로 계약을 한데 이어 중고 물건을 사고 팔고, 구인·구직은 물론, 심지어 룸메이트나 남녀 미팅의 자리도 주선하는 온라인 사이트로 발전했다. 이른바 온라인 ‘벼룩시장’인셈이다.
노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인터페이스에 각양각색의 정보에도 이용료가 없다는 장점에 각 지역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현재는 미 전역 50여개 주를 모두 아우르는 사이트로 성장했다. 현재 크레이그스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각종 거래 리스트는 6억여개. 덕분에 지난 한해에만도 이 사이트의 매출이 1억달러(1000여억원)에 육박했다. 반면 직원은 여전히 25명에 불과해 한마디로 대박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셈이다.
◇견제에 나선 대형 포털들= 문제는 이 사이트가 온라인 광고 매출을 독식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대형 온라인 사이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견제에 나섰다. 대표적 예가 온라인 경매업체 e베이. e베이는 크레이그스 리스트의 지분 25%를 갖고 있는 주주이자 이사회 멤버로 그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아이디어도 공유하는 등 다방면에 협조해왔다.
하지만 이 회사가 너무 큰 성과를 내자 유사한 모델의 온라인 생활 커뮤니티 사이트 ‘키지지(kijiji)’를 자회사로 설립, 미국 220여개 도시 뿐만 아니라 전세계 20여국에 일제히 오픈했다. 당시 e베이는 크레이그스 리스트의 경험을 살려 온라인 분류 광고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베이는 이어 지난달에는 크레이그리스트가 자사의 비즈니스모델을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소했다.
◇다윗, 골리앗을 이기나= 상당수의 네티즌들과 일부 언론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확산에 많은 공을 세운 크레이그스 리스트의 공로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머큐리뉴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빗대어 그간의 정황을 전했고, 뉴욕타임즈는 크레이그 뉴마크의 인터뷰를 실어 사건의 진행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크레이그스 리스트가 포럼 개최에다 미 국방부의 중고 무기 거래까지 맡는 등 영역을 확대하고 오프라인 광고를 독식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크레이그 정신은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창업자 뉴마크의 설명이 여론 재판이나 법정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