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 기자재 인증제도 현실성 결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LED 조명 고효율기자재인증제도 주요 평가 항목과 문제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보급 촉진을 위해 지난달 초부터 시행에 들어간 할로겐 대체용 LED 조명의 ‘고효율기자재인증제도’가 도입 초기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정부 시책에 맞춰 성급하게 제도를 마련하느라 LED 광원 조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기존 할로겐 조명의 인증 기준을 그대로 옮겨와 현실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인증제도 도입을 기다려왔던 업계도 두 달이 다 되도록 인증을 통과한 회사가 단 한 곳도 없다. 상당수 LED 조명업체들은 인증 신청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관리공단(에관공)은 지난달 초 고효율기자재로 지정된 LED 조명에 한해 공공기관 의무사용·세액공제·자금융자 등의 혜택을 주기로 하고 인증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에관공이 종전 할로겐 조명 인증에 적용한 평가항목들을 그대로 원용함으로써, LED 광원의 특성과는 워낙 동떨어져 시행 두 달도 채 안 돼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평가항목이 온도 기준이다. 에관공이 제시한 ‘온도상승’ 규격 항목은 주위 온도 25℃ 기준 LED 조명 발광면 부분은 60℃, 몸체는 70℃ 이하로 각각 규정한다. 업계는 발열양이 많은 LED 조명 특성상 이런 조건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보다 환경규제가 까다로운 미국만 해도 전기·전자제품 안전인증 기관인 ‘UL’의 LED 조명 구동온도 기준값은 100℃로, 우리보다 30∼40℃씩 높다.

 내구성 시험 기준도 문제다. 해당 기준 중 하나인 작동시험 항목에는 주위 온도 80±2℃에서 LED 조명이 360시간 동안 정상 작동하도록 규정했다. 업계는 이 같은 주위 온도 기준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LED 조명에 내장된 구동 칩의 내열 한계가 대부분 125℃ 이하인데 주변 온도가 80±2℃이면 조명 내부 온도를 45±2℃ 정도까지 극한 수준으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전원장치에 공급되는 전체 전력 가운데 실제로 활용되는 전력 사용 비율을 나타내는 역률도 실정에 맞지 않다. 국내 조명업계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는 역률 한계는 최대 0.8 수준이다. 에관공이 제시한 기준은 이를 크게 상회하는 0.9다. 미국 고효율기자재인증제도인 ‘에너지스타’ 기준도 주거용이 0.7, 상업용이 0.9 정도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 역률 기준으로 시제품은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양산하기 어렵다”며 “고효율기자재인증신청서를 내 놓고도 시험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밝혔다.

 제도 시행 주체인 에관공으로부터 용역받아 이번 규격을 제정한 한국조명기술연구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했다. 연구소측은 “첫 시행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많았다”면서 “현행 기준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업계 여론을 수렴해 인증 항목을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석현기자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