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터넷]무선망개방(5)미국- 상반된 두 진영

[新인터넷]무선망개방(5)미국- 상반된 두 진영

 미국의 무선망 개방은 아직 정중동이다. 시장이 열리지 않았고, 이용자의 요구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선망 개방의 철학적·이론적 기반이 되는 망 중립성 논쟁은 미 전역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쪽과 망 중립성을 반대하는 쪽의 타협 지점은 거의 없어 보일 정도로 첨예하다. 이 같은 논쟁의 대척점에 서 있는 두 기관이 있다. 퍼블릭 날리지와 넷캄퍼티션. 지난달 10일 워싱턴 현지에서 이들 두 기관의 임원을 만나 망 중립성 및 망 개방의 상반된 문제의식을 들어봤다.

◆ 아트 브로드스키 퍼블릭 날리지 이사 인터뷰

 -네트워크 중립성과 망 개방에 대한 기본 생각은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이용자는 인터넷에서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 가령 무비 다운로드 서비스는 케이블사나 통신사가 돈을 더 내는 사용자에 대해 속도를 높여주는 것 같은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1934년에 제정된 연방통신법에 있는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2005년부터 FCC가 이 같은 원칙을 저버렸다. 언젠가부터 인터넷에서 차별이 생겨나고 이용자는 동등한 권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시장경쟁 원리에 따르면 꼭 틀린 말은 아닌데… 망 중립성을 찬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넷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인터넷은 가장 개방된 미디어였다. 누구나 이용 가능하고 어떤 애플리케이션도 사용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 중립성은 인터넷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가자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경쟁 원리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네트워크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 그 가치가 증대된다. 결과적으로 통신사업자도 더 많은 데이터를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통신사나 케이블 사업자들은 사용자가 자사의 상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막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구글 등 어떤 특정 서비스가 인터넷 자원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결정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다. ‘특정 서비스’를 ‘특정 기업’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조건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든 서비스를 미리 제한하거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축소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선망 개방에 관한 FCC의 결정과 이에 대한 버라이즌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는가.

 ▲FCC 망 개방은 아주 작은 부문일 뿐이다. 여전히 단말기는 이통사가 인증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애플리케이션의 자유도 언급했지만 아직 아무도 700㎒ 대역에서 어떤 것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FCC 결정이 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모른다. 버라이즌이 한 것 역시 망 개방을 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뿐이다. 지켜봐야 한다.

 ◆ 퍼블릭 날리지 소개

 워싱턴에 위치한 비영리단체로 각종 디지털 현상, 문화에 대해 소비자 시각에서 의견을 제시한다. 네트워크 중립성을 지지한다. 이 외 지식재산권, 저작권, 디지털 콘텐츠 시장, 오픈 표준 등에도 폭넓게 관여한다. 로런스 레식 스탠퍼드 대학 교수, 리드 헌트 전 FCC 의장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기술의 혁신이나 공공의 이익, 콘텐츠나 저작물의 공정한 사용을 저해하는 모든 규제에 반대하는 방침이다.

 

◆스콧 클레랜드 넷캄퍼티션 사장 인터뷰

 -네트워크 중립성과 망 개방에 대한 기본 생각은 어떠한가.

 ▲망 중립성을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허구다. 망 중립성이라는 말 자체가 2002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가장 큰 거짓말은 모든 네트워크가 항상(1934년부터) 중립적이었다는 말이다. 구리선을 이용한 전화 분야에서 비차별성이 적용됐을 뿐 케이블 인프라, 무선이나 위성 영역은 경쟁이 충분하기 때문에 망 중립성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들어보면 망 중립성 주장의 타당성도 있는데… 왜 이 개념에 반대하는가.

 ▲기본적으로 기업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구글이나 망 중립성 지지자들은 모든 브로드밴드가 똑같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것이 문제다. 자유 경쟁이 선택의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왜 모든 걸 똑같이 나눠야 하나. 기본적으로 주파수, 유무선, 케이블 등 인프라 간 경쟁도 일어나야만 한다.

 -특정 서비스가 인터넷 자원을 더 많이 사용하는 부문은 어떻게 생각하나.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전 세계 스트리밍 비디오 트래픽의 30%를 점유한다. 세상의 어떤 기업보다 네트워크 자원을 많이 쓴다. 하지만 구글은 이에 대한 비용을 거의 지급하지 않는다. 네트워크 중립성은 ‘닷컴 억만장자를 위한 기업 복지(Corporate welfare for dot com billionaire)’나 마찬가지다.

 -최근 버라이즌 등 일부 사업자가 망 개방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익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게 기업의 동기다.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은 결국 누가 돈을 벌고, 누가 비용을 지급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 넷캄퍼티션

 지난 2006년 2월 인터넷 미래와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에서 통신사업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포럼. 미국케이블협회(ACA), 통신사업자협회(CTIA), 미국케이블통신협회(NCTA) 등과 AT&T, 버라이즌, 컴캐스트, 스프린트, 타임워너케이블 등 통신·케이블 분야 대기업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망 중립성은 물론이고 ‘자유 시장과 경쟁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반대’하는 주장을 견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