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시장 `명암`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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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대 호황이었던 지난해 태양광 시장에서 국내 태양전지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천차만별로 교차돼 눈길을 끈다. 후방산업에 속하는 잉곳·웨이퍼 업체들은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반면 태양전지 생산업체들은 호황에 어울리지 않는 저조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양산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 하반기 들어 태양전지 가격이 30%가량 떨어진 탓이다.

 12일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태양전지용 잉곳·웨이퍼 전문업체인 네오세미테크(대표 오명환)는 지난해 매출 1032억원에 영업이익은 35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무려 34.3%에 이르는 영업이익률로 제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실적을 올렸다. 2007 매출 314억, 영업이익 27억원과 비교해도 각각 228.6%·1211% 신장한 수준이다. 이 회사는 태양전지용 잉곳·웨이퍼를 지난 2008년 본격 양산하기 시작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사례다.

 또 다른 태양전지용 웨이퍼 전문업체인 넥솔론(대표 이우정)도 올해 처음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넥솔론은 지난해 매출 758억원에 영업이익 141억원을 달성했다. 18.6%의 영업이익률로 역시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 이 회사는 오는 2014년까지 STX솔라(대표 여혁종)와 태양전지용 웨이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하반기 STX솔라가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한동안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세미머티리얼즈(대표 박건)도 지난해에 매출과 영업이익 부문에서 각각 전년대비 83.15%(500억원)와 204.08%(149억원)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웨이퍼 업체들의 눈부신 성과는 지난해 상반기 태양광발전 관련 후방산업에 전반적인 공급부족 현상이 초래되면서 가격이 급등한 덕분이다. 하반기 수급불균형이 대부분 완화됐지만 웨이퍼 업체들의 경우 일부 물량을 태양전지업체와의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아직 양산 걸음마 단계인 국내 태양전지 업체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미리넷솔라(대표 이상철)의 경우 지난해 수주잔고가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매출은 127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영업손실도 125억원을 기록했다. KPE(김정기)는 매출 826억원에 영업이익 72억원을 달성, 2007년에 비해 선방했지만 잉곳·웨이퍼 업체들 보다는 이익 규모가 작은 편이다. 비교적 늦은 작년 10월 양산에 들어간 신성홀딩스(대표 이완근)는 매출 57억원에 영업손실이 86억원이었다. 태양전지 업체들이 이처럼 낮은 실적을 기록한 것은 아직 양산 초기로 생산량이 많지 않았던 데다 지난해 하반기 태양전지 가격이 급락한 탓이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와트당 4.5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태양전지 모듈 고정거래가격은 4분기 들어 3.2∼3.4달러 선으로 30% 가량 하락했다. 유가하락에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관련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 4분기 와트당 3달러 이하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성홀딩스 관계자는 “양산한 지 반년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초기 투자가 병행돼 숫자상 집계된 실적은 좋은 편이 아니다”며 “태양전지 시장이 유망한 만큼 앞으로 실적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