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세상읽기] 정보와 신체, 자아의 술래잡기

[SF세상읽기] 정보와 신체, 자아의 술래잡기

 지하철 차량 안을 떠올려보자. 시간은 저녁 7시쯤. 만원 전철에 몸이 부대끼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저기에서 승객들이 지인과 통화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해 이 차량 안에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다고 치자. 물론 입고 있던 옷과 함께. 그렇다면 빈 차량 안에는 무엇이 남을까. 휴대폰과 PMP, 휴대형 게임기, MP3 플레이어 등이 수북이 쌓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하나 이상 몸에 지니고 있다. 심장박동기와 보청기는 제외하고라도.

 업무와 학업용으로 이 장비를 활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휴대형 전자기기의 대부분은 정보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쓰인다. 그것이 음악이건 TV 드라마이건 뉴스이건 간에. 밈(Meme)이 기계와 사람 몸에 승차해 지상과 지하를 가득 메우고 있는 셈이다.

 소리와 영상뿐이 아니다. 지식과 간접 체험과 상상력의 전달 매체로 고상함을 가장 많이 뽐내던 ‘책’ 또한 서서히 디지털화하기 위해 용틀임을 하는 중이다. 정보의 대량생산 방법으로 가장 먼저 출발했던 출판물이 가장 늦게 디지털화되는 것은 모순이지만 당연한 일이다. 평범한 사람이 독서를 종이와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책의 친근함’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정보는 문자 그대로 우리 몸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디지털이라고 부르는 그 나름의 ‘육체’를 거쳐서.

 영국 SF 작가인 찰스 스트로스는 기술에 따라 급변하는 지구의 정보문화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인물이다. 그의 단행본 ‘액셀러란도’는 9편의 단편을 묶은 책이다.

 1장의 주인공 맨프레드는 선글라스 모양의 HUD(Head-Up Display)를 쓰고 다닌다. 그리고 자신이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음을 알리기 위해서 광장의 비둘기를 바라본다. 눈 동작만으로 사진을 찍은 다음 곧바로 자신의 웹사이트에 업로드한다. 그동안 눈앞의 HUD에는 인터넷메신저 창이 쉴 새 없이 뜨고 경제와 사회 뉴스가 지정해놓은 검색어에 따라 선별적으로 흘러다닌다.

 맨프레드는 최신 IT와 시장정세를 주시하며 사업아이템을 구상하고 파는 1인 사업가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현실의 지하철 안으로 파고들 날은 그리 머지않을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무선전화와 음악 청취와 영상 시청과 웹 서핑을 손바닥만 한 기계 하나로 해결하고 싶어한다. 어쩌면 기계를 따로 들고 다니는 것 자체를 번거로워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전자 칩과 무선송수신기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많은 SF가 이미 30여년 전부터 그런 세계를 그려왔고 각국의 대학에서는 해당기술을 연구하는 중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이 하나의 노드(node), 정보가 모이고 만들어지는 하나의 웹사이트와 동격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생각, 나의 글과 말과 영상이 곧 ‘나’이고 기술이 그것을 문자 그대로 가능케 해줄 수도 있다.

 ‘액셀러란도’는 인간의 양자 상태까지 자료화해 말 그대로 전자화된 인간이 우주로 진출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일견 허황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미 다양한 형태의 정보와 콘텐츠는 우리 몸속으로 진출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우리는 반대로 그 길을 거쳐 세계와 소통하려 한다. GPS가 운전문화를 바꿔놓았듯 이 또한 인간의 관념적 정의 자체를 바꿀지도 모른다.

 김창규 SF작가 sophidia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