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상거래 에스크로法 재정비를

 지난달 20일 각 신문에 동아건설 임직원 명의로 이 회사 박모 부장을 현상수배하는 광고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박모 부장은 동아건설이 2년 전 법정관리에서 회생할 당시 채권자 간 분배 내역이 확정되지 않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던 돈 870억원을 빼돌린 혐의을 받고 있다. 일종의 ‘먹튀’인 셈이다.

 전자상거래를 보호한다는 에스크로제의 미비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에스크로(Escrow)란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상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계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다. 지난 1997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최근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거래대금을 제3자에게 맡긴 뒤 물품 배송을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제도로 많이 쓰인다. 전자상거래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문제는 안전장치인 에스크로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일종의 금융채권을 위탁받은 오픈 마켓의 허술한 관리와 본인 확인 미흡 등이 맞물리면서 금융 사고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전자상거래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에스크로제 운용은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됐다. 지난 2월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전자상거래 및 사이버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쇼핑을 포함한 국내 전자상거래 총액은 629조967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2%가 증가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국가 예산 257조2000억원의 세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자상거래는 비 대면 거래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거래보다 상거래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다. 이번 오픈 마켓에서 발생한 20억원대 거래 사기극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금융당국도 이를 계기로 표준약관 제정이나 법령 정비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