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록 전 KT 부사장이 오는 15일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KT의 미래 성장사업을 주도해온 그는 다음주부터 미국 뉴저지의 머레이힐 벨연구소의 특임연구원 자격으로 향후 1년간 ‘IT와 타 산업의 융합’을 주제로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의료서비스, 환경관리, 고령화대책 등이 주요 연구대상이다. 지난달에는 IT업종에서 풍부한 현장경험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라는 제목의 서적까지 출간했다. 출국을 앞둔 윤 전 부사장을 붙잡고 만학도로서 포부와 인터넷경제2.0에 대해 들어봤다.
“그동안 KT에 근무하면서 국가통신망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데 큰 보람을 느낍니다. 미국에선 통신망을 이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방법을 고민해볼 예정입니다.”
윤 전 부사장은 마치 해외유학을 앞둔 대학생처럼 의욕에 찬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29년간 KT에 근무하면서 대한민국 통신망의 현대화 과정에 참여해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IT전문가인데도 굳이 유학을 떠나는 이유를 묻자 대한민국 IT산업의 비전을 찾고 싶다는 답변이 나왔다.
“세계 통신시장이 점점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어요.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리 큰 회사도 어이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돌파구를 찾으려면 저 자신부터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윤 전 부사장은 이제 모든 산업은 제품, 서비스 단계를 지나 솔루션으로 진화해야 하며 전통산업과 IT가 긴밀히 융합하는 데 장애물을 정부가 앞장서 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이 바퀴 달린 전자제품으로 바뀌는데도 뒤처진 법·제도 때문에 기술혁신이 정체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에 나선 건 매우 잘한 일입니다. 다양한 첨단기술의 컨버전스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비즈니스 기회를 잡으려면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요.“
저서에서 주장한 인터넷경제2.0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윤종록 전 부사장은 지난 10년간은 인터넷이 처음 상용화되면서 구글, 네이버와 같은 포털기업이 성공을 거뒀지만 향후 10년은 TV+인터넷이 결합하는 인터넷경제 2.0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벨연구소와 인연이 깊다. 지난 1980년대 한국통신의 입사 초년병 시절에도 벨연구소 연수과정을 거친 바 있다. 윤 전 부사장은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김종훈 벨연구소장을 통해서 노벨상 수상자들을 차례로 인터뷰하고 뛰어난 연구성과를 거둔 노하우를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지난 1925년 설립 이후 벨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를 11개나 배출한 기초과학·컴퓨팅 연구의 메카입니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R&D과제를 관리하고 연구원들을 다루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배우고 싶습니다. 한국이 지식경제 강국이 되려면 저부터 그만한 노력은 해야겠지요.”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