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회사 재산을 개인 계좌에 넣어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대표적인 저서 ‘백만불짜리 열정’에 나오는 말이다. GE코리아 회장을 지내다 지난해 9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상 첫 공모를 통해 최고경영자에 오른 이 사장은 올해 지식 경영을 통한 변화와 혁신을 공사의 핵심 경영전략으로 꼽고 있다. 특히 민간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기업의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지식 창조와 활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글로벌공항지식허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지식 콘텐츠 DB시스템(시스템명:와이즈스타)’ 구축에 나섰다. 이채욱 사장이 합류하기 전부터 이미 추진된 사업이지만 프로젝트 막바지까지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전사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사장의 남다른 애착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 시스템을 공항건설 분야에 우선 적용했는데, 최근 들어 전사로 확대하는 2차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이라크의 아르빌 신공항 사업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공항측은 직원들이 올린 지식을 전자책(e-BOOK) 형태로 제작해 교육에도 활용하고 있다.
◇공항건설 사업분야에 우선 적용=지난 2007년 11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식의 탑’을 쌓기 위해 최정예 멤버들이 모였다. 시설본부의 양동헌 차장을 중심으로 3명으로 이뤄진 건설지식기반TF가 구성됐다. 공사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공유하고 활용해 새로운 지식을 재창조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과제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별도의 지식관리시스템(KMS)이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기존에 운용 중이던 그룹웨어와 문서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지식 정보를 일부 공유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식 관리를 위한 통합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자료와 정보들이 혼재돼 있었고, 개인 위주의 지식 활동으로 인해 지식의 존재여부를 파악하는 것 자체도 어려웠다.
특히 프로젝트 추진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 제3 활주로 및 탑승동을 신설하는 2단계 건설 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3단계 건설 사업과 해외건설 사업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축적한 정보를 지식화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역량개발팀 양동헌 차장은 “공사는 크게 건설과 운영사업으로 나뉘는데, 프로젝트 추진 당시 공항건설 사업의 1, 2단계를 마무리짓고 3차 단계를 계획하고 있었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취지하에 1, 2단계 공사과정에서 쌓인 노하우를 지식화하는 작업에 우선 적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뉴얼관리·프로세스관리 시스템이 차별=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식 콘텐츠 DB시스템 구축 사업은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 10월말 시스템을 오픈했다. 이어 올해 전사 확대와 콘텐츠 추가 입력 등의 2차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은 오는 8월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지식관리시스템’보다는 ‘지식콘텐츠 DB’이라고 말을 더 선호한다. 프로젝트 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다양한 ‘지식콘텐츠’를 만들어 가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무게중심을 더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역량개발팀 차규백 팀장은 “기존 지식관리시스템의 경우 텅빈 깡통을 먼저 개발하고 나서 나중에 내용물을 채워넣는 방식”이라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관련 시스템을 발주하면서부터 콘텐츠 개발도 동시에 진행했고, 실제로 시스템 오픈할 때도 상당량의 콘텐츠가 채워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프로젝트 시작부터 양질의 콘텐츠 구성에 대해 고민했지만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식까지 담은 시스템을 만들어 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공사측은 지식의 정의가 사람마다 틀리고 지식의 레벨을 맞추고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선진 사례들도 많이 검토했지만 공사의 특성에 맞는 사례가 많지 않아, 오히려 차별화된 시스템 개발에 더 중점을 뒀다고 한다.
실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구축한 시스템을 살펴보면 기존 지식관리시스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내용들이 많이 구성됐다. XML 기반 매뉴얼관리시스템을 비롯해 프로세스관리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양동헌 차장은 “단순 블로그와 같은 수준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기반 기술인 XML을 직접 시스템에 적용했다”며 “XML 기반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은 지식의 가공이나 유통에 있어 더 편리하고 지식 관리 차원에서 벗어나 지식콘텐츠 제작까지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세스관리시스템의 경우 개인 단위의 업무 프로세스도 지식으로 정의해 절차와 지식을 패키지화했다. 이 외에도 지식 창조와 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 문제해결에 대한 체계적 방법론을 제시하는 트리즈(Triz) 맵을 채택한 것도 차별화된다.
◇해외 사업에 활용, ‘명품 지식화’ 추진=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식경영업무는 인재경영실 내 역량개발팀에서 맡아 운영하고 있다. 지식화 체계를 전사로 확대하기 위해 기존 시설본부에서 이관한 것이다. 관련 인원도 초기 3명에서 7명으로 확대됐다.
양동헌 차장은 “처음에는 지식에 대한 개념이 낯설어서 직원들의 참여도가 저조했지만 올해만 하더라도 지식등록 건수가 6000건이 넘고 일누적 접속자수도 500명에 이르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학습동아리(CoP) 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의 직원수는 880여명이다. 4교대 근무인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놀라운 성과다. 또 무엇보다 직원들이 등록한 지식 중에 현재 10건 정도를 대상으로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르빌 신공항 지원 사업에도 톡톡히 한 몫 하고 있다. 이라크 현지에 나가 있는 직원들이 시스템에 접속해 방대한 자료를 활용하고, 현지 생활에 대한 정보도 본사와 생생하게 교류하고 있다.
인재경영실 김동철 차장은 “기존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재 이라크 아르빌의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아 속도 등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수많은 세계적인 공항을 제치고 공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 최우수 공항상’을 탔다. 무려 4연패다. 공사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4연패를 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명품지식화’하는 작업도 지금 진행하고 있다. 공사측은 “명품지식매뉴얼과 시스템에 입력된 명품 지식프로세스와 동영상을 조합한 새로운 개념의 지식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