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패널, 중국에 공장을 짓자] (하)빗장 풀 솔루션 찾아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현행 국가핵심기술 수출 절차

 “장비를 수출한 게 위법 행위라면 그동안 열심히 수출했다고 정부에서 상을 준 것은 뭡니까. 한국 LCD 패널 업체들의 설비 투자만 바라보지 말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던 것 또한 어불성설 아닙니까.”(국내 장비 업체 관계자)

적어도 LCD 패널 산업에 관한 한 현행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은 숱한 모순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동향과 워낙 동떨어진만큼 현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맞게 전향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스스로도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내 산업계 전반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

◇엉뚱한 범죄자만 양산=산업기술유출방지법은 LCD 패널 제조기술을 40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 해외 매각·합작·기술이전시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우리나라 국부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LCD 산업에서 이같은 규제는 극히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우리나라가 3년전부터 양산에 들어간 8세대 LCD 라인 제조기술은 물론, 중국내에서도 양산중인 5세대 기술조차 원칙적으론 ‘금지’이기 때문이다. 4인치이상 LCD 패널 제조기술만 통제하고 있는 대만과 비교해도 도가 지나치다.

워낙 현실과 동떨어진 탓에 ‘애꿎은 범죄자’만 양산하고 있는 것은 현행 법의 모순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LCD 패널 업체들의 제조 기술만 발에 묶여 있을 뿐, 핵심 후방산업인 부품·소재·장비 기술은 해외로 유출되기 시작한지 오래다. 후방 산업의 수출이나 해외 공동 연구개발, 해외 생산 등은 과거부터 활발히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국내 LCD 후방산업의 수출 역군은 반대로 범죄자인 셈이다. 특히 중국의 현지 LCD 패널 업체들이 최근 6세대 이상 대형 LCD 라인의 양산 투자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장비업계는 생존을 위해 수주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모 장비 업체 대표는 “법이 있는 것은 알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워낙 비상식적인 규제라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서 “수출 신고도 요식 행위일뿐, 결국 있으나마나 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규제완화 범위가 관건=시대적 추세를 감안하면 일단 LCD 패널 제조 기술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도록 우선 빗장은 풀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기계적인 잣대로 특정 기술을 아예 묶어 버리고 있다는 점이 현행 법의 가장 큰 문제”라며 “일단 수출의 물꼬를 터주면서 우리나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규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우리가 보유한 LCD 패널 제조기술 가운데 수출 허용 범위로 어디까지로 둘 것이냐가 문제다. 어차피 풀 수밖에 없는 없는 규제라면 7세대, 더 나아가 8세대 LCD 라인 제조기술까지도 전향적으로 수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8세대 LCD 라인의 경우 일본은 이미 지난 2006년, 우리나라는 이듬해인 2007년 각각 양산에 성공했고 대만의 AUO도 올해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벌써 기술 격차가 3년이상 된데다 지금 중국에 진출시킨다 해도 가동하려면 향후 2년은 소요된다는 점에서 8세대 LCD 라인도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권오경 한양대 교수는 “어차피 중국이 추격한다 해도 상당한 유예 기간이 불가피한만큼 지금 기술을 내주고 우리는 더 큰 것을 얻을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국내 업계가 축적한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은 최소화=그러나 수출 규제 완화에 앞서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선결 과제다. 무엇보다 부품·소재·장비 등 후방 산업계가 중국 시장에 동반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일이다. 권오경 교수는 “수출 규제 완화가 특정 대기업들만의 몫이 아닌 만큼 국내 후방 산업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해외 유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부품·소재·장비 기업들을 탄생시키는 기회로도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제조업 공동화의 우려를 씻을 수 있도록 LCD 패널 산업이 국내에서 지속적인 차세대 투자와 고용 창출을 이어가야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전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