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업의 한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최근 매일 같이 최고경영자(CEO)를 찾아간다. IT 부서 직원들을 현업에 전면 배치하는 방안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CEO 입장에서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 IT와 현업 간 다리 역할을 하는 별도 조직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IT 부서 인력을 현업 부서로 재배치해야 할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현업 부서에서 IT 인력을 수용하는 것에 달갑지 않은 눈치를 내비쳐 더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현업 부서의 인력이 늘어나는만큼 부서장의 매출 부담도 커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CIO가 IT 부서 직원들을 현업에 전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IT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프로젝트의 실패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줄이려면 이런 조직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에서다.
또 다른 금융기업은 최근 현업에서 직접 IT 직원들을 선발했다. 현업에 IT 직원을 배치하는 것이 조직 특성상 어렵다고 판단, 직접 IT 부서로 데려온 것이다. 선발 대상은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핵심 현업 인력들이었다. 이 회사는 최근 30명에 가까운 현업 인력을 IT 인력으로 편입했다. 이 경우도 사실상 현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위해 추진된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많은 금융기업들이 IT 부서와 현업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두 부문을 연결하는 별도 조직을 운영해 왔다. 최근에는 인원을 더 늘려 조직을 확대하는 경우도 있다. 또 IT 개발인력을 일시적으로나마 현업에 파견해 공동으로 작업하게 하는 회사도 있다.
국내 모 증권사 CIO는 “같은 조직에서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며 일을 해야만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빨리 만들 수 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많은 금융기업들이 IT와 현업 간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조직 개편과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후 더 활발해지고 있다. 새로운 영역의 업무 시스템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현업의 업무 이해도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IT와 현업의 관계 개선 문제는 지속적으로 강조돼 온 얘기다. 지금처럼 급격하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서는 더욱 필수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물리적인 차원에서 조직을 결합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한계가 있다. 동일한 목표를 향해 의사소통하고 서로의 의견을 융합한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조직 구성원 간의 화학적인 결합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