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올 상반기 투자 부진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상반기 투자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약 1조4000억) 줄었다고 한다. 2분기에는 감소폭이 더욱 커져 16%에 달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투자를 주도해야 하는 기업들이다. 투자는 경제 시스템의 첫 단추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설비를 확충하고 이는 고용 창출로 이어지고 고용은 세수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의 어느 한 곳이라도 원활하지 않으면 그 파장은 경제 전반에 퍼진다.
상반기 기업 투자 부진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자금 부족이 원인이 아니라 내부 유보율이 1000%에 육박한다는 점에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업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보율이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유보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지나치게 높을 경우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1분기 기준 그룹별로 보면 포스코의 유보율이 5782.9%로 가장 높았고 현대중공업, 삼성, SK, 롯데 등의 순이었다.
오죽했으면 지난달 15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기업투자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강화 등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면서 “기업들도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이 선제적 투자를 하는 것을 사회적 책임”이라며 투자를 독려한 바 있다.
민간 기업의 투자 판단은 자율적이어야 한다. 정부가 강제해서 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소극적 투자는 큰 문제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위기에 놀라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은 불황극복에 좋지 않다. 이제 정부의 투자환경 보장만을 탓해서는 안된다. 기업 투자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