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사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미추홀에 정착한 비류는 하남(서울 송파 일대)에 도읍한 동생 온조에게 패한다. 미추홀 땅이 거칠고 물이 짜서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없었던 것이다. 미추홀이 바로 인천이다. 그로부터 2000년이 지난 지금, ‘짜디 짠’ 미추홀은 세계를 향해 눈부신 비상을 하고 있다. 공항과 항만, 텔레포트가 연결된 동북아 최대, 최고의 도시로 바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고 살기 좋은, 가장 철저하게 계획된 미래도시가 대한민국에 생겨나고 있다. 안상수 시장이 미추홀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중이다.
바다를 메운 땅에 아시아 최고 151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국내 최장, 세계 5위 규모의 인천대교가 오는 10월 말 개통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뉴욕대·연세대 등 국내외 유명대학이 잇따라 송도에 학교를 세우고 있다. 첨단 의료 기업들이 입주 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도 이곳을 찾고 있다. 2006년 유엔아태정보통신교육원(APCICT)에 이어 내년에는 유엔 지역위원회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동북아 지역사무소도 개소한다. 인천은 장기적으로 30개 유엔기구를 송도에 유치할 계획이다.
IT산업도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세계 최고의 유비쿼터스 시설(투마로시티)이 건설돼 운영되고 있으며 다양한 업종의 첨단기업이 속속 인천자유경제구역(IFEZ)으로 몰려들고 있다. 시스코, 포스코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2012년에는 로봇테마파크도 개장한다. 지난 7일에는 첨단기술이 돋보이는 세계도시축전을 개최해 관람객 수가 개막 1주일만에 40만명을 넘어서는 등 안팎으로 주목받고 있다. 땅이 안 좋아 사람들이 외면했던, 2000년 전 조상들이 버렸던 이곳에 지구촌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판 두바이의 신화는 이제 시작이다.
안상수 시장에게 인천은 이미 세계 최대의 관문 도시다. 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지자체가 개최한 역대 행사 중 최대라는 세계도시축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최근엔 ‘초(秒)의 사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 13일 송도 미추홀타워 20층에서 열린 인터뷰 자리에서도 안 시장은 대뜸 도시축전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제는 도시 시대입니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죠. 그런 의미에서 137개 도시가 참가한 이번 도시축전은 인천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행사입니다.”
안 시장은 도시축전으로 인천 브랜드가 올라가면 그만큼 인천과 우리나라의 해외 자본 유치가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락없는 ‘인천 세일즈맨’이다. 축전은 그가 늘 가슴에 품고 다니는, 인천을 세계 10대 명품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그랜드 비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도시축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인천을 세계 일류 명품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인천이 서울의 위성도시가 아닌 수도권을 흡수하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
안 시장은 오는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까지 훌륭히 치러내면 인천이 10년 후 명실상부한 세계 10대 명품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끊임없이 분출되는 도시축전을 향한 열정을 가라앉히고 IT와 과학 분야로 화제를 돌렸다.
2008년 말 기준 인천에는 총 1224개 IT기업이 있다. 직원 수는 2만5117명이고 매출은 5조6208억원에 달한다. 업종별로는정보통신기기가 69.4%로 가장 많다.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관련 서비스업(17%), 정보통신서비스업(9.3%), CT산업(4.2%) 등이 뒤를 잇는다.
안 시장은 “유망 IT기업을 발굴, 육성해 큰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자금 지원을 위해 100억원이 넘는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등 다양한 산업발전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0년 뒤를 내다보는 기업은 인천으로 오라’고 수시로 이야기한다.
그는 세계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지능형 로봇 분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능형 로봇은 기존 제조업 기반에 신IT를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면서 송도에 조성 중인 IT 및 바이오 콤플렉스인 ‘사이언스 빌리지’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 경제 기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과학에 대한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는 ‘세계인이 꿈꾸는 과학도시, 인천’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면서 “과학기술 경쟁력을 꾸준히 높여 세계 수준의 과학기술 거점 도시로 발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스코 투자건은 얼마나 진행됐는지 물었다.
“우리와 시스코 전문인력이 모여 인천자유경제구역(IFEZ)에 적합한 사업모델과 서비스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한 안 시장은 “올해에는 시스코의 (인천 송도지역)투자금액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시장은 지난 2007년 4월 17일을 잊지 못한다. 생애 가장 기쁜 날로 꼽는다. 이날 인천은 인도 뉴델리를 제치고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결정됐다. 역대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 같은 메가 스포츠 국제이벤트는 ‘도시의 글로벌화를 위한 최적의 콘텐츠’였다. 도쿄와 서울이 이를 잘 말해준다.
2014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인천은 세계 도시가 된다. 도시축전, 송도 및 영종도, 청라 신도시 개발의 완결판이 아시안게임이다. 안 시장은 2014 아시안게임을 역대 어느 경기보다 뛰어난 첨단IT 시설로 만들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세계적 IT기기와 서비스를 세계시장에 세일즈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대회운영, 시설, 방송 미디어 등 전 분야에서 최고의 IT 수준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인터뷰 김상용 경제교육부장 srkim@etnews.co.kr, 정리 방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