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서울 회현동 LG CNS 본사. 직원들은 출근하자마자 체온을 재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온도를 재는 간호사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졌다.
“36도 정상이네….”
여기저기서 안도의 목소리가 나오고 난 뒤에야 하나 둘 제자리로 돌아가 PC를 켜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출입구에는 열감지 카메라가 내방객을 상대로 쉼없이 돌아갔다. SK C&C 본사 화장실에서는 살균기능을 갖춘 손세정제로 손을 씻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정보기술(IT)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네 번째 사망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체마다 각종 예방책과 유사시 행동지침을 담은 매뉴얼을 속속 배포하고 있다. 특히 수십명의 개발자가 협업을 펼치는 소프트웨어(SW)·게임업체나 밀폐된 팹에서 여러 명이 함께 근무하는 반도체·LCD사업장은 초긴장 상태다.
자칫 감염자가 발생하면 주위의 동료들도 함께 집단조퇴와 검사로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신종플루 예방용 열감지 SW는 주문이 폭주해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열(熱)과의 전쟁 ‘후끈’=LG CNS는 매일 아침 전 직원을 상대로 체온검사를 한다. 이마용 체온계로 38도가 넘으면 좀더 정밀한 귓속 체온계로 검사가 시작된다. 아직 고열 환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의심 환자가 나오면 바로 보건소나 병원검사를 받는 단계별 매뉴얼도 마련됐다.
LG CNS 관계자는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업무 특성상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팀원 전체가 업무에 참여할 수 없는 만큼 좀더 공격적인 예방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SK텔레콤 등 대기업 본사 출입구에는 2∼3대의 열감지 카메라가 설치됐다. 카메라에 연결된 모니터에는 직원은 물론이고 내방객의 체온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SK C&C는 최근 분당 본사 전체에 살균소독을 단행했다.
삼성·LG·SK 등 주요 대기업은 사내방송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손씻기 등 신종플루 예방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람에게는 강제로 검진을 받는 조치까지 내려졌다.
◇재택근무 속출…글로벌 비즈니스도 차질=인터넷업체 A사는 지난주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하면서 같은 층에 근무하는 직원 100여명이 이틀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3일 여의도 한 IT컨설팅업체에도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해 같은 팀원 전체가 즉시 귀가조치됐다. 다국적 SW업체 B사 임원은 자녀가 신종플루에 감염돼 재택근무 중이다. 또 다른 다국적 SW업체 C사는 감기만 걸려도 재택근무하며 병원 정밀검사를 받도록 조치하고 있다.
인터넷업체 A사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인터넷 가상사설망(VPN)으로 재택근무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재택근무가 많아지면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에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 자제령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도 진통을 겪고 있다. 해외 콘퍼런스·세미나 등도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멕시코·일본 등 신종플루가 만연한 나라는 꼭 가야하는 출장인지 꼼꼼히 따져서 보낸다”며 “현재로서는 예방이 최선이라 (업무 차질에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드웨어(HW) 공급업체인 D사도 보건당국이 권하는 바에 따라 술잔 돌리기 자제 등의 회식 및 음주교육을 시행했다. 술잔 돌리기가 침 및 호흡기 접촉으로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으며, 음주로 인해 호흡기 등 면역능력 저하를 경고하고 있다.
◇열 감지 솔루션 주문 폭주=MDS테크놀러지·주원 등 열감지 솔루션업체들은 주문이 밀려 제때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공급 부족현상’마저 겪고 있다.
MDS 테크놀러지는 “기업·공공기관 등에서 하루에 100통 이상의 주문 및 상담전화가 걸려올 정도”라며 “열감지 솔루션업체마다 열감지 카메라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물량 부족상태”라고 전했다.
장지영·문보경기자 jyajang@etnews.co.kr